다만 가격 인상 요인이 쌓인 상황에서 동결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재정 부담은 확대되는 모양새다. 정부의 출구 전략도 마뜩치 않은 상황에서 상황 장기화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오는 8일 0시부터 적용할 5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L(리터)당 보통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등으로 유지한다고 7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 3월 13일 0시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용 대상은 정유사의 주유소 등 공급가로 당시 1차 최고가격은 보통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 등으로 설정됐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잠재된 상황에서 국제유가 인상분을 온전하게 반영하지 못하면서 누적 인상요인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초 안정적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동전쟁 이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석유제품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22% 오르며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최고가격제의 취지에 맞게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최고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휘발유 가격은 2200원, 경유 가격은 2500원 가량으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4월에 비해 휘발유 가격은 비슷한 수준을 형성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누적 인상요인은 휘발유 200원, 경유 400원 가량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휘발유보다 경유의 인상요인이 크게 남아있는 상황인 만큼 휘발유를 주로 활용하는 운전자의 경우 경유차 운전자보다 부담이 더욱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문 차관은 "경유의 경우 민생안정, 휘발유는 물가 부문과 연관됐기 때문"이라며 "5차 최고가격을 결정하면서 누적 인상요인을 조절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치열한 논의 끝에 동결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재정 부담이 쌓이고 있지만 최고가격제 종료를 위한 출구전략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위한 4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했지만 재정 부담이 확대되면서 최악의 경우 추가 예산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물리적 요인과 가격적 요인 등이 안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문 차관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어떤 식으로든 자유롭게 이어지고 가격 변동성이 안정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며 "두 요인뿐만 아니라 민생 안정과 물가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5월 7500만 배럴 이상, 6월 6000만 배럴 이상, 7월 7000만 배럴 이상 등 5~7월 2억1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수급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시 원유 도입양의 80% 이상이다. 5월 확보된 나프타는 평시의 90% 수준으로 6월 이후에도 안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문 차관은 "5월 원유 물량은 대부분 확정된 가운데 6~7월 물량은 최소치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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