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시행 중인 비축유 방출 정책 종료 시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후 대응 방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제유가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유업계 손실보전 부담까지 커지면서 정책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석유류 최고가격제와 비축유 방출이라는 단기 처방에 의존해온 상황에서 출구전략 부재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역시 커지는 분위기다.
◆실적 호조 속 누적되는 내수 손실…"예비비 한계론"
7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S-Oil·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산은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개선이다.
중동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며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컸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뒤 판매하는 구조인 만큼 전쟁 이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확보한 원유를 고유가 국면에서 판매하며 정제마진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내수 시장 상황은 다르다. 업계에서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현재까지 약 1조~3조원 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상당 부분이 최고가격제가 적용되지 않는 수출 및 산업용 물량에서 발생해 전체 수익성에는 제한적이었지만, 제도 시행에 따른 내수 역마진 부담은 한계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정부의 손실 보전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정유업계 손실 규모가 정부가 편성한 예비비 전액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해 6개월 기준 4조2000억원 규모 예비비를 편성했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서는 추가 재정 부담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는 손실 보전 원칙 자체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당한 손실에 대해서는 100% 보전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한 것”이라며 “재원 마련은 정부의 몫”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결국 추가 재원 확보 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감 속에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지만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원유 재고 감소 우려는 여전하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공급 차질 우려가 재부각될 경우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손실 산정 놓고 충돌 조짐…비축유 출구전략도 안갯속
손실 보전 기준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 간 시각차도 뚜렷하다. 정부는 세금 투입의 투명성을 이유로 원가 검증 중심의 정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문 차관은 “손실액은 원가 기준을 베이스로 산정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원유 도입 시점과 정제·판매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제품별 원가 산정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제 시세인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 기준 반영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어 향후 정산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비축유 방출 종료 시점이 임박했음에도 정부가 구체적인 방출 종료 계획이나 후속 대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결의에 따라 정부는 다음 달 9일까지 비축유 방출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세부 일정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문 차관은 “정부 비축유 방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 중”이라며 “휴전 협상이 진전되는 듯하다가 다시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변동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시행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제유가의 절대 수준보다 가격 변동성 안정 여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 차관은 “종전이 되더라도 가격이 상당 기간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며 “몇 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것보다 변동성이 안정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일정 밴드 안에서 움직이며 안정성을 보인다면 시장과 소비자들도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종전 이후에도 가격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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