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혜의 C] 전통과 기술의 결합… 伊 밀라노서 17가지 오브제로 풀어낸 '소반'

  • 韓 공예기술에 AI 기반 디자인 접목… 국내외 17인 새롭게 재해석

  • 마르코 오지안 "전통은 고정된 것이 아닌 유희적·감성적·동시대적"

  • 디자이너 안나 질리 "옻칠과 나전 활용해 더 많은 작품 선보일 것


전시전경 사진서울디자인재단
SEOUL LIFE 2026 MILAN: Heritage Reimagined, Soban 전시 [사진=서울디자인재단]

“작은 상 하나에 그토록 많은 역사와 의미가 담겨 있다니, 단번에 매료됐죠."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인 마르코 오지안은 한국 전통 오브제인 '소반'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소반을 처음 보자마자 "매우 인간적인 오브제"란 생각이 들었다. "소박하고 친밀하며 일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죠. 동시에 강한 문화적 정체성도 지니고 있어요."

한국 전통 소반이 세계 최대 디자인 행사인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열일곱 가지 빛깔을 뽐낸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이탈리아 ADI 디자인뮤지엄에서 전시 '서울 라이프 2026 밀란: 헤리티지 리이매진드, 소반(SEOUL LIFE 2026 MILAN: Heritage Reimagined, Soban)'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소반을 통해 K-디자인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내외 디자이너 17인(팀)은 각자 언어로 소반을 재해석했다. 한국 전통 공예기술에 3D 프린팅과 인공지능(AI) 기반 디자인 등 동시대 기술을 접목해 소반을 새로운 디자인 오브제로 풀어냈다. 관람객은 다채로운 형태와 색깔의 소반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Marco  Oggian PRIVATE UNIVERSE 사진서울디자인재단
Marco Oggian, PRIVATE UNIVERSE [사진=서울디자인재단]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 마르코 오지안은 작품 '프라이빗 유니버스(PRIVATE UNIVERSE)'를 통해 소반을 얼굴과 우주, 세계로 확장했다. 

"얼굴은 정체성을, 우주는 규모와 신비를, 세계는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공간을 의미하죠. 얼굴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저는 개별성에 대해 말하고자 했어요. 동시에 작은 생활 오브제가 우리를 보편성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관람객들은 소반에서 '동시대성'을 봤다. 영국 런던 보태니컬 디자이너(40대·여)는 "한국 고유 가구인 소반을 모던하게 디자인하고, 한지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연출한 점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산업 디자이너(40대·여)는 "한국 소반은 단순한 소형 테이블을 넘어 균형과 기능, 이동성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완성도 높은 디자인 오브제"라고 했다. 
전시전경 사진서울디자인재단
전시전경 [사진=서울디자인재단]
 
기술로 전통 정체성 증폭…"감성적이며 동시대적"  
독상 식문화가 익숙지 않은 마르코 오지안은 "전통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그 안에 담긴 정신을 이해하려고 했다. 원래의 기능과 상징성을 존중하면서도 저만의 시각적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형태를 찾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람객이 소반을 '소반'으로 인식하면서도 동시대적 오브제로 받아들이길 바랐다. 그는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개방적이고 대담하며 생동감 있게 느껴지면 좋겠다"며"소반의 문화적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디자인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기술이 오브제의 정체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Marco  Oggian PRIVATE UNIVERSE 사진서울디자인재단
Marco Oggian, PRIVATE UNIVERSE [사진=서울디자인재단]

기하학적 형태 등 강한 시각적 요소에 몰두해온 그는 한국 전통 미감에서 절제와 규율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했다. 이를 통해 "전통은 고정돼 있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유희적이고 감성적이며 동시대적일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그는 한국 미감에 대해 "정교하면서도 의미 있는, 또 불필요한 장식이 없는 미감"이라고 평했다. 이어 "이는 영감의 원천이 됐다"며 "옻칠과 나전 작업을 통해 전통 재료를 세심함과 상상력을 갖고 다룬다면 충분히 동시대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옻칠과 나전의 발견…장인정신 탁월 
Anna Gili MIAWO 사진서울디자인재단
Anna Gili, MIAWO [사진=서울디자인재단]

카시나·알레시와 협업해 국제적 인지도를 쌓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안나 질리의 소반 'MIAWO'는 고양이를 연상시킨다. 그는 소반을 '일상을 함께하는 다정한 동반자'로 해석했다.  

그는 전통적이고 친숙한 소반을 반려동물인 고양이와 연결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가족과 우정으로 상징되는 따뜻한 인간성을 자그마한 상에 응축해 담아냈다. 

"고대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신비로운 동물이자 집, 정확히는 이집트 신전을 보호하는 존재였죠. 서남아시아에 기원을 둔 서구문화권에서도 고양이는 반려동물이자 집을 지키는 존재로 자리 잡았고요. 고양이는 사람을 향한 보호 본능을 지닌 동물이에요." 

안나 질리는 옻칠과 나전의 아름다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완성된 결과물은 마법과도 같았어요. 재료의 품질은 물론 장인 정신 역시 탁월하죠. 숨이 멎을 만큼 인상적이에요. 공예기법과 재료를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어요." 
Anna Gili MIAWO 사진서울디자인재단
Anna Gili, MIAWO [사진=서울디자인재단]


그는 "앞으로도 옻칠과 나전을 활용해 더 많은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다양한 재료와 조합을 시도해 경험과 지식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밀라노 인근 브리안차 지역 자개 기술을 언급하며 한국과 이탈리아 두 문화의 만남이 이어지길 기대했다. 안나 질리는 옻칠과 나전 등 '2000년 역사의 한국 장인 공예'를 거론하며 "양국 문화와 기법, 재료 생산 방식을 디자인을 융합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전통 기법을 다루는 고도로 숙련된 장인들과 협업하는 일은 언제나 특별한 경험이며 작품에 고유한 감각을 더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전시처럼 전통과 기술의 결합을 시도하는 프로젝트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과 디자인에서 인문주의를 유지해야 해요. 오늘날 다수 연구가 인터넷과 가상 환경에서 이뤄지면서 재무적 효율성이나 매출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 알고리즘 데이터에 의존해서 관심 분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인터넷 이전에는 정보는 제한적이었지만 현재를 살아가며 축적한 깊은 경험에 기반해 선택이 이뤄졌죠. 엑셀 스프레드시트나 온라인 자료를 훑는 방식과는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어요."
전시전경 사진서울디자인재단
전시전경 [사진=서울디자인재단]


기술의 가치가 결국 인간의 손길과 마음을 기울이는 태도와 만날 때 완성된다고도 했다.

"전통 오브제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기술과 다양한 사고 방식과 결합함으로써 갱신될 수 있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전통은 앞으로도 수천 년에 걸쳐 계속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거예요."   

한편 이번 전시는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주관하고 ADI 디자인뮤지엄이 협력하는 프로젝트다. 5월 10일까지 이탈리아 ADI 디자인뮤지엄에서 열린다. 
Odile Decq Fluid Maze 사진서울디자인재단
Odile Decq, Fluid Maze [사진=서울디자인재단]
 
Seungji Mun Deongi Soban 사진서울디자인재단
Seungji Mun, Deongi Soban [사진=서울디자인재단]
Stefano  Giovannoni Orion 사진서울디자인재단
Stefano Giovannoni, Orion [사진=서울디자인재단]
Yiyun Kang Afterimage 사진서울디자인재단
Yiyun Kang, Afterimage [사진=서울디자인재단]
Donghoon  Sohn Swell Series Soban 사진서울디자인재단
Donghoon Sohn, Swell Series Soban [사진=서울디자인재단]
 
LEJE IRI-JEORI 사진서울디자인재단
LEJE, IRI-JEORI [사진=서울디자인재단]
 
Sulki and  MinTable per Person per Household 사진서울디자인재단
Sulki and Min,Table per Person per Household [사진=서울디자인재단]
 
Andy  Jong Floating Heritage 사진서울디자인재단
Andy & Jong, Floating Heritage [사진=서울디자인재단]
Junggi Sung DURUMAGI 사진서울디자인재단
Junggi Sung, DURUMAGI [사진=서울디자인재단]
Jinsik Kim Taking My Snail for a Walk 사진서울디자인재단
Jinsik Kim, Taking My Snail for a Walk [사진=서울디자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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