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이란전쟁 이야기 | 진리·정의·자유] 이슬라마바드 2차 종전협상 앞둔 미·이란 최후의 힘겨루기

  • 호르무즈 봉쇄와 역봉쇄, 그리고 '노아협정'의 길

지금 중동은 다시 한 번 세계사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다. 에너지, 해상 교통로, 종교, 문명, 그리고 강대국의 전략이 한데 얽힌 거대한 구조적 충돌이다. 특히 이번 국면은 그 성격이 더욱 위험하다. 협상과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궤도’ 위에서, 작은 충돌 하나가 전체 판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명확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봉쇄와 역봉쇄’다.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과 군사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해상 봉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란은 이를 ‘경제적 목조르기’로 규정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이 충돌이 단순한 외교적 긴장을 넘어 실제 군사 행동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이란 화물선 나포 사건은 그 상징적 장면이다. 미 해군 구축함이 오만만 해상에서 이란 선박을 정지시키고, 기관실을 손상시켜 항해를 멈추게 한 뒤 나포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진 압박’이다. 이전까지는 경고 방송과 회항 조치에 머물렀던 봉쇄가 이제는 실질적인 군사력 행사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 사건이 갖는 전략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첫째, 미국은 협상장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실제 행동’을 통해 신호를 보냈다. 둘째, 이란은 이를 명백한 적대행위로 간주하며 협상 자체를 거부할 명분을 얻었다. 셋째,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체면의 정치’에 들어섰다.

결국 현재 상황은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협상은 열려 있지만, 총구도 함께 열려 있다.
 
1차 협상 결렬의 본질—신뢰의 붕괴
1차 협상이 실패한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표면적으로는 ‘해상봉쇄 해제 여부’와 ‘핵 프로그램 유지’라는 기술적 쟁점이지만, 본질은 신뢰의 붕괴다.

미국은 이란의 핵 능력을 구조적으로 제거하려 한다. 단순한 동결이 아니라 ‘불가역적 폐기’를 요구한다. 반면 이란은 체제 생존의 핵심으로서 핵 능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협상의 범위를 넘어 존재론적 문제다.

여기에 해상 봉쇄가 더해졌다. 이란 입장에서 봉쇄는 단순한 압박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행위다. 하루 수억 달러 규모의 석유 수출이 차단되면서, 경제는 물론 정치 체제의 안정성까지 위협받는다. 따라서 이란은 “봉쇄가 유지되는 한 협상은 없다”는 강경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은 봉쇄를 협상의 ‘지렛대’로 본다. 봉쇄를 유지한 상태에서만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처럼 양측의 인식 자체가 충돌하고 있는 구조에서는 타협의 여지가 좁을 수밖에 없다.

결국 1차 협상은 ‘조건 없는 대화’가 아니라 ‘조건을 강요하는 대치’였고, 그 결과는 결렬이었다.
 
2차 협상의 주요 쟁점—핵, 해협, 체제
이제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2차 협상은 사실상 마지막 담판의 성격을 띤다. 핵심 쟁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핵 프로그램 문제다. 미국은 핵물질 반출과 시설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주장하며, 최소한의 핵 능력은 유지하려 한다. 이 간극은 단순한 기술적 협상이 아니라 체제의 자존과 직결된 문제다.

둘째, 해상 봉쇄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다. 미국은 봉쇄를 유지하면서 협상을 진행하려 하고, 이란은 봉쇄 해제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다. 이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중동 해상 질서의 주도권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셋째, 군사적 확전 가능성이다. 만약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은 발전소·교량 등 인프라 공격까지 시사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이란은 걸프 지역 석유시설 공격, 그리고 예멘 후티를 통한 홍해 봉쇄까지 검토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양국 충돌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체를 흔드는 시나리오다.

이 세 가지 쟁점은 서로 얽혀 있다. 하나라도 풀리지 않으면 전체 협상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형제의 전쟁—문명의 뿌리에서 본 중동
이 분쟁을 단순히 ‘미국 대 이란’ 혹은 ‘이란 대 이스라엘’로만 보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더 깊은 층위에서 보면, 이는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문명의 충돌이다.
성경 창세기에 따르면 이란의 고대 조상인 엘람은 노아의 아들 셈의 후손이며, 이스라엘 역시 같은 셈 계통에서 이어진다. 즉, 두 민족은 역사적·신앙적으로 완전히 단절된 존재가 아니라 일정한 공통의 뿌리를 공유한다.

이는 단순한 신화적 서사가 아니다. 실제로 중동의 역사와 문화는 복합적이며, ‘아랍’이라는 단일 범주로 환원될 수 없다. 페르시아 전통을 계승한 이란과 히브리 전통을 계승한 이스라엘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근원적 층위에서는 연결되어 있다.

이 점을 외면한 채 단순한 진영 논리로 접근할 때, 중동 문제는 왜곡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의 표면이 아니라 뿌리를 보는 시각이다.
 
‘노아협정’의 제안—전쟁을 넘어서는 길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휴전 연장이나 일시적 합의로 해결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틀이 필요하다. 여기서 하나의 상징적 제안을 해볼 수 있다. 이른바 ‘노아협정’이다. 이는 특정 국가 간 조약이 아니라, 중동 전체를 포괄하는 문명적 합의의 개념이다. 성경에서 노아 이후 인류가 다시 시작되었듯, 중동 역시 새로운 질서의 출발점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일부 수니파 국가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진 바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이란이다. 이란을 배제한 평화는 지속될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굴복’이 아니라 ‘공존’이다. 이란이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동시에 국제사회는 핵 확산을 막는 균형점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상 교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특정 국가의 무기가 아니라 국제 공공재로 관리되어야 한다.

지금의 국면은 분명하다. 협상으로 갈 것인가, 전쟁으로 갈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압박은 단기적으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는 전략은 예측 불가능한 반작용을 낳는다. 이란 역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 긴장이 통제되지 못한다면, 호르무즈는 닫히고 세계 경제는 흔들릴 것이다. 유가 폭등, 물류 마비, 금융 불안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다.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 그리고 꾸란 역시 경고한다. “하나님은 무질서를 사랑하지 않으신다.”(알 바까라)

지금 필요한 것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질서의 회복이다. 그리고 그 질서는 군사력이 아니라 합의에서 나온다.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협상이 단순한 외교 이벤트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중동의 새로운 질서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 이 순간, 인류는 또 하나의 갈림길 위에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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