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발표될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이재명 정부가 공공기관에 요구하는 역할과 책임을 수치로 확인하는 첫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에서 강조된 재무 중심의 잣대가 한발 물러나고, 안전·공공성·기관장 책임이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기관별 등급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20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월 중순부터 88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올해 경영평가에 착수했으며, 최종 결과는 6월 중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연간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통상 평가 대상연도 전년 12월께 기준이 확정된다. 다만 지난해에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방향 변화와 관련 법령 개정이 맞물리면서, 이를 반영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같은 해 10월 한 차례 수정했다. 그 결과 기존 재무 중심 평가 비중은 축소되고 안전·공공성·기관장 책임 등 비재무 요소의 배점이 확대됐다.
수정된 2025년도 경영평가편람을 보면 공기업(SOC) 기준 경영관리 항목에서 ‘안전 및 책임경영’ 배점은 18점으로 재무성과관리(15.5점)를 상회한다. 경영관리와 주요사업은 각각 50점씩으로 구성되지만, 주요사업 평가 과정에서도 공공성 강화 노력과 안전 확보 성과를 함께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이에 따라 올해 평가는 이른바 ‘수장 리스크’가 성적표를 좌우하는 첫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다수 공공기관에서 기관장 사퇴나 공석,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진 가운데, 현장실사 과정에서 기관장 인터뷰까지 예정돼 있어 리더십 공백 자체가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지난해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기관이 적지 않았지만, 올해는 실적보다 안전과 책임경영이 더 크게 반영되면서 등급 변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재 사고, 기관장 공백, 조직관리 실패 등 이른바 ‘비재무 리스크’가 직접적인 감점 요소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반면 재무 부담이 있더라도 안전관리와 조직 안정성을 입증한 기관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평가에서도 감지된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공공기관 안전활동 수준평가에서는 최고 등급(S)이 사라졌고, A등급 기관도 한국남동발전·한국지역난방공사·한전KDN·한국무역보험공사 등 4곳에 그쳤다. 해당 평가는 경영평가와 별도 제도지만, 정부가 산재 사망 감소와 사회적 사고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 기조는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발표된 2024년도 실적 기준 경영평가 역시 참고 지표다. 당시 정부는 S등급 없이 A등급 15곳을 선정했으며, 공기업 가운데서는 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공사가 우수 평가를 받았다. 다만 올해는 동일 기관이라도 안전, 기관장 책임, 조직관리 역량이 새로운 기준으로 적용되면서 등급 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평가의 무게중심 변화는 향후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2026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 따르면 기관장 경영계약 이행실적 평가는 내년 6월 20일까지 완료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평가 체계도 올해와 동일한 3개 축을 유지한다. 여기에 주요사업 항목 내 ‘혁신 프로젝트’가 8점으로 별도 반영되고, 기관 특성에 따라 디지털 전환, 무역보험 지원구조 혁신, AMI 기반 신사업, 미래성장사업 확대 등이 구체적인 평가 요소로 포함된다.
결국 올해 6월 발표될 경영평가가 ‘책임경영·안전경영’의 성적표라면, 내년 평가는 여기에 ‘혁신·디지털 전환’ 성과까지 더해지는 구조다.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재무 개선만으로는 높은 평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셈이다. 기관장이 직접 목표를 설계하고 안전사고를 통제하는 한편, 미래 신사업과 AI 활용 성과까지 입증해야 하는 다층 평가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이민창 조선대 행정복지학부 교수는 “경영평가제도는 정부가 효율성을 중시하는지, 공공성을 강조하는지에 따라 지표와 가중치가 변화해 왔다”며 “이는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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