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호르무즈 봉쇄의 역설

미국이 이란 항구를 겨냥한 해상 봉쇄에 착수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경제와 안보의 중심에 섰다. 협상 결렬 직후 나온 이번 조치는 군사적 충돌을 확대하기보다 경제적 압박을 극대화해 협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이 조치가 만들어내는 것은 해결이 아니라 압박 그 자체에 가깝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시선은 냉담하다. 

형식만 놓고 보면 이번 봉쇄는 절충적이다. 해협 전체를 막지 않고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만 선별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미군은 군함을 전진 배치해 선박을 추적하고 정선·검색, 나포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겉으로는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국가의 물류를 겨냥한 통제다. 

그러나 국제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는 애초에 선택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이 아니다. 유엔과 국제해사기구가 모든 당사국의 항행 자유 존중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이란의 통제를 견제한다는 명분 아래 또 다른 형태의 통제를 덧씌우는 구조로 읽힌다. 규범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기보다 규범의 경계를 넓히는 선례에 가깝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지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이란은 이미 상당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견뎌온 상태이며 추가적인 경제 봉쇄만으로 정책 전환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에 비용은 즉각적으로 현실화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다. 봉쇄와 긴장 고조는 곧바로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을 자극했고, 시장은 이를 해결책이 아니라 새로운 리스크로 받아들였다.  압박의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비용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동맹국들의 거리두기로 이어진다. 주요 서방국들은 봉쇄에 대한 공개적 참여를 꺼리고 있으며 일부는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이번 조치가 국제 공조보다는 미국의 단독 행동에 가깝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동시에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충격이라는 부담이 동맹국에도 그대로 전가된다는 현실적 계산이 작용한다. 압박의 비용을 함께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적극적 지지가 나오기 어렵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불안정성은 크다. 선박을 정선시키고 검색하는 과정에서 이란 군이나 혁명수비대 혹은 제3국 선박과 마찰이 발생할 경우 충돌은 언제든 확대될 수 있다. 

해상 봉쇄는 역사적으로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만 선택된 수단이었고, 특히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통로에서 이루어진 사례는 드물다. 이는 단순한 군사 전략을 넘어 국제 해양 질서의 기준을 시험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한 번 허용된 예외는 다른 분쟁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을 낳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치는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압박 장치로는 유효하다.  실제로 양측은 핵 활동 중단을 둘러싼 이견에도 불구하고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봉쇄는 협상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협상을 밀어붙이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봉쇄는 상대를 굴복시키기보다 시장을 흔들고, 동맹의 부담을 키우며, 국제 규범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이를 해법이 아닌 ‘압박 카드’로 인식한다.  결국 호르무즈에서 드러난 것은 힘의 효과가 아니라 그 한계이며,  해법은 여전히 협상에 있다는 점만 분명해지고 있다.
 

2026년 3월 17일현지시간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Abraham Lincoln CVN-72 함상 비행갑판에서 미 해군 제41전투공격비행대VFA-41 소속 FA-18F 슈퍼호넷 전투기를 이동시키는 미 해군 장병들의 모습 미 중부사령부 제공AFT연합뉴스
3월 17일(현지시간)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Abraham Lincoln (CVN-72) 함상 비행갑판에서 미 해군 장병들이 미 해군 제41전투공격비행대(VFA-41) 소속 FA-18F 슈퍼호넷 전투기를 이동시키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 제공/AFT/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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