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산체스 총리는 이날 베이징에서 사흘간의 방중 일정을 시작하고 칭화대 연설을 통해 중국이 국제 문제에서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과 책임 있는 인공지능(AI) 개발·통제, 핵 문제, 국제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가령 국제법이 존중되고, 레바논·이란·가자지구·서안·우크라이나의 분쟁이 종식되도록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산체스 총리는 "유럽 역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특히 미국이 이런 여러 전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 문제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스페인의 대중 무역적자는 최근 4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해 지난해 약 500억 달러(약 74조원)에 달했다. 전체 무역적자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4%에 이른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방중을 계기로 농산물과 제조업 제품의 수출을 확대해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산체스 총리는 방중 이틀째인 14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 협력 확대와 양국 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산체스 총리의 이번 방중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스페인과의 무역 단절 가능성을 거론한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FP통신은 산체스 총리가 이러한 압박 속에서도 중국과의 교역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스페인은 최근 미국과의 갈등 수위를 높여왔다.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정부는 나토 방위비 증액 문제를 둘러싸고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을 빚은 데 이어, 이란 전쟁에 대해 비판 입장을 내고 미 군용기의 스페인 기지 사용을 제한했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은 이란 전쟁에 관여한 미국 군용 항공기의 영공 및 군사기지 사용을 금지했다. 이는 기존 2개 기지에 한정됐던 제한을 전국으로 확대한 조치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카탈루냐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분쟁과 관련된 모든 미국 항공기의 스페인 영공 진입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페인은 분쟁을 격화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결정은 전쟁에 반대하는 스페인 국민 다수의 여론을 반영한 것이며, 유엔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카디스 로타 해군기지와 세비야 모론 데 라 프론테라 공군기지에 대한 미군 접근 제한에 이은 것으로, 현재는 스페인 전역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다만 긴급 상황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체스 총리는 유럽 내에서도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해온 대표적 정상으로 꼽힌다. 이번 방문에서는 유로존 4위 경제국인 스페인으로의 중국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동시에 핵심 원자재 확보 경로 확대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AFP통신은 그의 잇따른 방중이 트럼프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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