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는 오랫동안 '소외된 섬'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수리조선소의 녹슨 철판과 가파른 산복도로, 전국 최고 수준인 노령화 지수는 영도를 상징하는 우울한 지표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다. 낡은 창고는 커피향 가득한 복합문화공간이 됐고, 절벽 끝 마을은 미디어아트의 성지로 변모하면서 영도의 공기는 바뀌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 도전에 나선 김기재 영도구청은 지난 4년간 성과를 '변화의 시작'으로 정의하며 영도를 변방에서 글로벌 핫플레이스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기업인 출신인 김 구청장이 취임 초 마주한 벽은 공직사회의 보신주의였다. 그는 "기업은 아차 하면 망하지만 망할 걱정이 없는 조직은 자칫 나태해지기 쉽다"고 진단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영도구청장이 꺼내 든 카드는 파격적이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추진하세요.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지겠습니다. 여러분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 직원들에게 면책을 약속하는 대신 능동적 실행을 요구한 것. 그는 “공무원 조직은 실패 리스크가 작다 보니 안이해질 수 있는데, 책임을 명확히 하니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사업 추진에 나서면서 국비 확보와 각종 공모 사업 선정이라는 가시적 성과로 이어졌다. 실제로 그는 공기 지연에 대해 지체상금을 엄격히 부과하는 등 기업적 관리 방식을 도입했다. "가족사랑채 건립 당시 공기가 27일 늦어지자 지체상금 1억원을 바로 환수했다"는 사례는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그의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재정 위기 정면 돌파···"발로 뛰는 세일즈 행정"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국비 확보 노력도 병행됐다. 그는 “국회의원과 예결위원을 직접 찾아가 예산 확보를 요청했다”며 “시장과 협의해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영도구 연간 예산은 약 5400억원 규모인데 부산 내에서도 재정 자립도가 낮은 편이다. 이런 재정 여건 속에서도 영도는 달라지고 있다.
그 핵심은 트램과 아레나, 해양치유센터로 이어지는 개발 청사진이다. 부산남고 이전 부지에는 2만석 규모 K-팝 아레나가 들어선다. 교통 문제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김 구청장은 2032년 완공 목표인 영도선 트램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램이 들어오면 버스 노선이 자연스럽게 재편되고 마을버스와 연계하면 교통 불편은 거의 해소됩니다." 트램은 교통 편의를 넘어 차를 댈 곳이 없어 젊은 층이 발길을 돌리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열쇠이기도 하다.
태종대 권역 인근에는 273억원을 투입해 온천수와 해수를 결합한 해양치유센터를 건립하고 고신대학교와 MOU를 체결해 운영할 계획이다. 중리산 예비군 교장 부지와 영블루벨트도 내년에 착공한다.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카드도 꺼내 들었다. 500실 이상 규모인 콘도미니엄 유치를 추진 중이다. 다만 해당 부지에서 멸종위기 2급 식물이 발견돼 환경청과 이식 협상을 진행 중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지 9곳도 추진하고 있다. 분양 침체로 건설사 일부가 착공을 미루고 있지만 현대건설은 촉진 5구역을 2034년까지 완공해 입주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국 최고 수준인 빈집 공가율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기회가 됐다. 시와 협의해 빈집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대학생·유학생 기숙사로 활용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람 문제는 주거만이 아니다. 한때 전국 고독사율 1위였던 영도구는 스마트 워치와 관제센터 연계, 복지관·통장·반장의 안부 전화, 요구르트 배달원 활용 등 촘촘한 돌봄망을 구축했다. 고독사 발견까지 걸리는 시간은 과거 일주일 이상에서 현재 이틀 이내로 단축됐다.
"제가 구청을 이끌어 나가려면 알아야 합니다." 그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구 곳곳을 직접 걸으며 현장을 점검하는 것을 일상화하고 있다. 75개 경로당과 쉼터 2곳은 연 2회 직접 방문해 어르신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보고만 들으면 모른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김 구청장은 "영도의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 4년이었다"며 "구민들이 다시 한번 믿어주신다면 온몸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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