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에 맞춰 병원들의 환자 경험 경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고령 환자 전용 공간과 맞춤 진료·안내 서비스를 앞다퉈 강화하며 '잘 고치는 병원'을 기반으로 '잘 돌보는 병원'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큰 글씨 안내와 쉬운 설명, 보호자 연락 지원부터 퇴원 후 지역 돌봄 연계까지, 진료의 질을 넘어 고령 환자의 병원 이용 편의와 지속적 관리를 새로운 경쟁력으로 삼는 모습이다.
6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84만822명으로 전체 인구의 21.2%를 차지했다. 고령인구 비중은 앞으로 더 빠르게 확대돼 2072년에는 47.7%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병원 현장에서도 고령 환자 비중이 늘면서 기존의 획일적 진료 방식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환자 맞춤형 서비스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본관 1층에 '시니어 라운지'를 열고 65세 이상 환자에게 전용 안내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큰 글씨로 된 안내문과 쉬운 설명, 보호자 연락 지원 등이 핵심이다. 진료 자체보다 접수, 이동, 대기, 설명 이해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 고령 환자들의 특성을 반영한 조치다. 병원 이용의 첫 관문부터 고령 친화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서울아산병원은 중증 노년 환자를 위한 통합 진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위드원'을 통해 입원부터 퇴원 후 돌봄까지 책임지는 노년 맞춤형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65세 이상 고위험군 환자를 조기 선별해 다학제 팀이 맞춤 진료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연계로 치료 연속성을 강화하는 체계다. 시스템은 2020년 시니어환자위원회 출범으로 시작돼 2023년 시니어환자관리팀, 지난해 통합돌봄지원팀으로 확대됐다.
입원 초기 임상 허약 척도(CFS)와 자체 '돌봄 위험 척도'로 고위험군을 자동 선별, 48시간 내 전담 간호사 방문 평가를 실시한다. 중증 노년 환자의 경우 치료에 이어 회복과 재입원 방지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노인의료센터를 중심으로 다학제 통합 진료를 운영하고 있다. 노인병내과·재활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사회복지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환자별 맞춤 치료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해 안내 데스크에서 '카카오T 택시 대신 불러주기' 서비스를 도입해 고령 환자의 귀가 편의를 높이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2035년 개원을 목표로 한 동탄 제4고려대병원에서 재활병원, 시니어 주거시설을 연결하는 형태로 고령 친화 의료·주거 결합 모델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병원 치료 이후 회복기 재활과 일상 돌봄, 주거 안정성을 한데 묶는 방식이다. 고령층은 급성기 치료가 끝난 뒤에도 장기 재활과 생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의료와 주거를 분리하지 않는 초고령사회 의료 체계 방향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빅5 병원 관계자는 "고령 환자는 보호자 부재, 이동 불편, 복잡한 검사 동선, 약 복용 관리, 퇴원 후 돌봄 공백이 겹치면 진료 성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병원들이 시니어 라운지나 통합돌봄 체계를 도입하는 배경에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줄여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고령 환자 중심 서비스는 단순 편의 제공이 아니라 의료의 지속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장치"라며 "접수부터 진료, 퇴원 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서비스는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재입원율을 낮추고 의료 효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대형병원의 시니어 맞춤 서비스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 환자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병원들은 단순한 진료 경쟁을 넘어 환자 경험과 돌봄 연계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아울러 초고령사회 진입에 속도가 붙으면서 노인 낙상 사고 대응이 의료 현장의 새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사고로 치부되던 낙상이 골절 등 중증 후유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상 속 예방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빙판길이나 큰 사고가 아닌 가정 내 미끄러짐, 걸려 넘어지는 흔한 움직임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전 대응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관절전문병원인 바른세상병원은 지난해 5월 '낙상의학센터'를 설립해 고령층 낙상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낙상의학센터는 정형외과·신경외과·신경과·재활의학과 전문의가 협력하는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기반으로 낙상 위험 평가부터 골절 치료, 재활, 재발 예방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시니어 특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엄상현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낙상의학센터장은 "노인 낙상은 갑작스러운 사고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은 예측 가능한 위험 요인이 누적된 결과"라며 "골절 여부를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이후 개인 상태에 맞춘 전문적인 관리가 병행돼야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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