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일시차입 1분기 17조…세수 효과에도 재정 불안 여전

  • 법인세 유입에도 3월에만 17조 빌려

  • 추경 집행 이후 자금 공백 확대 우려

서울 중구 소재 한국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소재 한국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1분기 한국은행에서 17조원 규모의 일시 차입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두 달간 차입이 없었음에도 3월에만 대규모로 자금을 끌어다 쓰면서 재정 운용의 불안정성이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다.

5일 한은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대정부 일시 대출금·이자액 내역'에 따르면,정부는 올해 1~3월 동안 총 17조원을 한은에서 빌렸다.

대정부 일시 대출은 세입과 세출 간 시차로 발생하는 단기 자금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제도다.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인출하고 상환하는 방식으로, 재정 운용의 유동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5조원을 차입한 뒤 올해 1월 전액 상환했다. 이후 2월까지는 추가 차입 없이 운영됐지만 3월 들어 17조원을 한 번에 빌렸다. 이 가운데 3조7000억원을 상환했으나 13조3000억원은 월말 기준으로 남아 있다.

올해 1분기 차입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47조7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외형적으로는 차입 의존도가 크게 낮아진 모습이다. 다만 지난해에는 세수 결손 영향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되며 차입 규모가 이례적으로 확대됐던 점을 감안하면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 올해 초에는 세수 유입이 늘어나며 차입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2월까지 누적 국세수입은 71조원으로 전년보다 10조원 증가했다. 증권거래세와 소득세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3월에는 다시 차입이 재개됐다. 3월은 전년도 실적이 반영되는 법인세 정산 시기로, 반도체 슈퍼사이클 영향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세수 유입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월중 지출을 충당할 가용 자금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세입이 들어오는 시점과 세출 집행 시점이 어긋나면서 단기 자금 공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재정증권 발행 등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보다 절차가 간편한 한은 일시 차입에 의존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은 76억8000만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연초 차입 공백이 재정 여건 개선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세수 증가가 구조적이라기보다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1~2월 '차입 0원' 기록은 세수 유입 시점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15조원 이상의 초과세수를 전제로 26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재정 지출이 본격화되고 법인세 정산 효과가 소멸할 경우 다시 자금 공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경우 한은 일시 차입 의존도가 재차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 입장에서는 국채를 발행할 경우 금리가 상승해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를 우려해 한은 일시 차입을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다"며 "2차 추경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마이너스 통장을 통해 재정 여력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 마통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면 결과적으로 재정 적자로 이어지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통화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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