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2~3주 내 끝낼 수 있다”며 사실상 일방적 종전을 시사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나 종전 합의와 무관하게, 미국이 자체 판단으로 군사작전을 종료하고 떠날 수 있다는 발언이다. “호르무즈는 우리 일이 아니다”라는 언급까지 더해지면서, 전쟁 이후의 질서와 책임을 동맹과 시장에 떠넘기는 구상이 노골화되고 있다.
전쟁은 선언으로 종료되지만, 그 후폭풍은 훨씬 길고 깊게 이어진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대표적으로 이를 증명한다.
불과 몇 주 만에 바그다드가 함락되고 사담 후세인 정권은 붕괴됐지만, 이후 미군이 이라크 군과 공공조직을 해체하면서 약 40만 명의 무장 인력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이는 곧바로 반군과 테러 조직의 토양이 됐고, 수년간 이어진 내전과 이슬람국가(IS) 출현으로 이어졌다. 수십만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고, 미군도 4,500명 이상 전사했으며, 전쟁 비용은 2조 달러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이라크 전쟁 초기의 낙관과 닮아 있다. “빠르게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 “이후는 현지와 동맹의 몫”이라는 발상, 그리고 비용과 책임의 외부화다. 그러나 중동은 단순한 전장(戰場)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중첩된 구조적 공간이다.
이는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전후 질서와 영향력까지 협상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로다. 미국이 이 해협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은 채 철수할 경우, 이란은 사실상 해상 통제권에 준하는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에너지 수송을 둘러싼 협상력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 상시적 위험 프리미엄을 각인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정 국가가 글로벌 에너지 동맥을 지렛대로 삼는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이는 단기적 충격을 넘어 구조적 불안을 낳는다. 이미 유가와 운임, 비료 가격까지 동반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 파급력은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안정을 위해 조기 종전을 언급했지만, 역설적으로 불완전한 종전은 더 큰 불확실성을 낳는다. 전쟁이 끝나도 리스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시장은 오히려 더 높은 가격으로 반응한다.
이라크 전쟁의 또 다른 역설도 간과할 수 없다. 23년 전 전쟁은 이란을 견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전략적 공간을 넓혀주는 결과를 낳았다. 이라크 정권 붕괴 이후 권력 공백은 이란과 그 연계 세력, 그리고 극단주의 조직이 파고드는 공간이 됐다. 이슬람국가(IS)는 종파 갈등을 틈타 이라크와 시리아에 뿌리를 내렸고, 미국은 철수 3년 만에 다시 병력을 투입해야 했다.
결국 ‘짧은 전쟁’은 더 긴 개입으로 되돌아왔다.
이라크 전쟁의 교훈은 분명하다. 전쟁의 승패는 전장에서 결정되지만, 전쟁의 결과는 전후 질서에서 판가름 난다. 준비되지 않은 철수는 ‘전쟁의 끝’이 아니라 ‘혼란의 시작’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빠른 출구’가 아니라 ‘책임 있는 출구’다. 최소한의 종전 조건과 해상 안전 보장, 그리고 다자적 관리 체계가 결여된 채 이뤄지는 철수는 또 다른 위기의 출발점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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