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지방선거 아닌 '이재명 중간평가'…민심 어디로 가나

6·3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표면적으로는 지방 권력을 새로 구성하는 선거지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지방선거’가 아니라 ‘정권 중간평가’로 규정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야의 공천 전략과 메시지, 유세 구도 모두 지역 의제보다 중앙 정치, 그중에서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평가로 수렴되는 양상이다.
 
 
지방선거의 본래 취지는 분명하다. 주민 삶과 직결된 행정과 지역 경제, 도시 개발, 교육과 복지 등 생활정치를 평가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하는 데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에서 지방선거는 늘 중앙 권력의 그림자 아래 놓여 있었다. 이번 선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정치 양극화가 심화된 지금, 그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이 지역 후보의 역량이나 정책이 아니라 ‘정권을 지지하느냐, 견제하느냐’로 단순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9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위령탑에 분향 후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9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위령탑에 분향 후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선거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크다. 정부의 경제 정책과 민생 대응, 외교·안보 기조 등 국정 전반이 유권자의 평가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이어지는 물가 부담과 금리 상승, 부동산 정책 논란 등은 민심의 흐름을 가늠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여야의 공천 갈등과 내부 균열까지 겹치면서 선거 판세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중간평가 프레임’이 지방선거의 본질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중앙 정치 이슈가 선거를 지배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결국 피해는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능력과 비전보다 정당 구도에 따라 후보가 선택되는 구조는 지방 행정의 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선거 이후 반복되는 ‘인물 부재’ 논란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중앙 정치에 대한 평가를 배제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본질적으로 복합적 판단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유권자는 정권에 대한 평가와 동시에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인물과 정책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정치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천을 권력 배분의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말고, 지역을 이끌 역량 있는 후보를 발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선거를 ‘정권 심판’과 ‘정권 수호’의 이분법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민심이 이미 돌아섰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여론은 유동적이며 선거는 끝까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민심이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냉정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대에 못 미치면 지지를 거두고, 대안이 보이면 선택을 바꾸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치권이 이를 읽지 못한다면 이번 선거는 특정 진영의 승패를 넘어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단순한 권력 재편에 그칠지, 아니면 지역정치의 본질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지는 결국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치가 민심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민심이 정치를 평가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책임, 프레임이 아니라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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