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간 전쟁이 5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파키스탄이 양측 중재자로 전면에 나서며 외교적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부상한 배경으로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과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암호화폐와 핵심 광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한 점을 꼽았다.
특히 이번 중재 외교의 핵심 설계자로는 무니르 총장이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좋아하는 야전 원수"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는 2011년 오사마 빈 라덴이 파키스탄에서 발견되며 급격히 악화됐지만, 트럼프 2기 들어 빠르게 개선되는 흐름이다. 파키스탄이 2021년 카불 공항 테러 배후 인물 검거에 협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또 파키스탄은 인도와의 갈등 완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하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말리하 로디 전 주미 파키스탄 대사는 "파키스탄은 트럼프 2기 초반 두 차례 성과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백악관 대변인도 WSJ에 "파키스탄은 이란과의 대화에서 중재 역할을 하고 있으며, 행정부 출범 이후 ISIS(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 중앙아시아 지부 대응에서도 중요한 파트너였다"며 "에너지, 핵심 광물, 대테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파키스탄은 이란과도 국경을 맞대고 경제·외교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양측 사이에서 중재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란은 상업 선박 운항을 사실상 제한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파키스탄 선박 20척의 통과를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파키스탄은 평화 회담 개최를 제안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또한 미국의 '15개 항 평화안'을 이란에 전달하는 과정에도 관여했으며, 해당 메시지는 파키스탄이 주선한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이 외교적 입지를 크게 끌어올렸다고 평가한다. 후세인 하카니 전 주미 파키스탄 대사는 "합의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모두 이익"이라며 "고립 국가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제 무대 중심으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다만 중재 역할에는 부담도 따른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외교적 줄타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파키스탄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한 상태로, 분쟁이 확대될 경우 참전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임란 알리 전 오만 주재 파키스탄 대사는 "파키스탄이 매우 어려운 외교적 줄타기를 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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