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공천은 내부 인사 절차가 아니다. 유권자에게 어떤 선택지를 제시할 것인지 결정하는 정치의 출발점이다. 그만큼 공천은 결과보다 과정과 기준이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기준보다 상황 대응이 앞서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성남 사례는 재심을 통해 경선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당내 견제 장치가 작동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미 단수공천이 확정된 뒤 결정이 번복된 과정은 초기 판단의 설득력에 의문을 남긴다. 의혹 제기와 재심 판단이 맞물려 경선으로 방향이 바뀐 것으로 보이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어느 시점의 판단을 기준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청주시장 공천에서 현직 단체장을 배제하고 3자 경선을 결정한 것은 정당의 판단 영역에 속한다. 다만 공천 배제 사유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공천 기준의 일관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대구시장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법적 대응으로 이어진 점도 부담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가처분 신청 결과와 무관하게 공천 결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 전해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공천 자체에 대한 신뢰가 약화된다는 점이다. 공천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사후적으로 변경되는 사례가 늘어나면 유권자는 정당의 판단을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상황 대응으로 인식하게 된다.
특히 ‘사법 리스크’가 공천 기준으로 작동하는 방식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법적 문제는 분명 중요한 판단 요소다. 그러나 그 기준이 사전에 명확히 제시되지 않거나, 사례별로 다르게 적용된다는 인식이 생길 경우 공정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공천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당 내부에서 조정해야 할 문제가 사법 판단으로 넘어가는 것은 정치의 자율성을 약화시키고, 선거 과정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결국 피해는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 발전을 둘러싼 정책 경쟁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천 자체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면서 선거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권자는 공천 과정을 통해 정당의 수준과 책임성을 판단한다.
정치는 늘 갈등을 동반하지만, 그 갈등을 관리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기준이 분명하면 갈등은 경쟁이 되지만, 기준이 흔들리면 갈등은 불신으로 이어진다.
지금 정치에 필요한 것은 더 빠른 결론이 아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공천 기준이다. 그 기준이 바로 설 때, 비로소 결과도 설득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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