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서울 노원구 한 주유소에 차량들이 몰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가 석유 공급 관리에 이어 ‘수요 관리’ 카드까지 꺼내 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원유 수급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현실화하면 민간까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원유 확보와 수요 관리를 병행하는 ‘투트랙 대응’에 들어갔다. 특히 수송 부문이 전체 석유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교통 분야를 중심으로 한 수요 절감 정책이 우선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18일 오후 3시부로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했다. 이는 단순 우려 수준을 넘어 실제 수급 불안이 가시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중동 주요 산유국의 생산·수송시설 파괴로 일부 생산 차질이 발생한 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까지 겹치며 글로벌 석유 공급망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국제 유가 역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쟁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약 40% 상승하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차량 운행 제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정책 검토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필요 시 자동차 5부제 또는 10부제 등 다양한 수요 절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민간까지 적용이 확대되면 이는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35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차량 2부제를 시행해 에너지 소비를 억제한 바 있다.
수요 억제 방안은 국제기구 권고와도 맞닿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제한속도 하향, 재택근무 확대, 일요일 차량 운행 제한, 대중교통 이용 확대와 요금 인하 등 10대 행동 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조치를 모두 이행하면 석유 수요를 4개월 내 하루 최대 270만배럴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위기는 러·우 전쟁보다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부담도 작지 않다. 공급 대응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요 억제 정책이 장기화되거나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수요 관리 조치가 민간으로 확대되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불가피하다. 차량 운행 제한이 현실화하면 물류·유통은 물론 자영업과 서비스업 전반에 파급될 수밖에 없다. 산업계에서는 석유제품 수출 제한 등으로 이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수요 규제까지 더해지면 경기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시행 시기나 범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수급 상황을 보며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요 관리 대책 필요성과 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시행 여부와 시기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