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대명절 설을 앞두고 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신년 운세를 보거나 한 해의 액운을 피하기 위해 점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죠. 사주와 팔자를 통해 미래를 가늠해보려는 문화는 오랜 시간 이어져 왔습니다. 다만 그 소비 방식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작두와 부적이 있는 점집 대신,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AI)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사주 AI’가 새로운 운세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공지능이 사주풀이 영역까지 확장되면서 젊은 세대는 앱이나 생성형 AI를 통해 보다 가볍고 즉각적으로 운세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생년월일과 시간을 입력하면 연애운이나 재물운, 직장운 등을 분석해주는 방식입니다.
이용자 증가세도 뚜렷했습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운세·사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점신의 지난해 12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는 79만484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달 70만8814명 대비 12.1% 증가한 수치입니다. 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스텔러의 MAU도 62만9050명으로, 전달보다 8% 늘었습니다.
이들 앱의 주요 이용층은 2030 세대였습니다. 지난달 기준 점신 이용자 가운데 2030 비중은 전체 MAU의 65.6%에 달했으며, 포스텔러 역시 57%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전통 점집 대신 모바일 앱을 선택하는 흐름이 통계로도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사주나 운세를 직접 묻는 청년도 많습니다.
청년층이 이처럼 사주와 운세로 몰리는 배경에는 현실에 대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최근 신년 사주를 보기 위해 역술인 상담을 예약했다는 직장인 이모씨(27)는 “집값은 계속 오르고 불경기 탓에 회사 사정도 좋지 않다”며 “내집 마련이나 이직이 가능할지 걱정이 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주를 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심리를 파고들며 사주 AI를 표방한 앱과 서비스도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하루 운세나 간단한 질문은 무료로 제공하고, 보다 상세한 분석이나 맞춤형 해석은 유료 결제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가격은 990원 수준의 소액 상품부터 종합 운세 패키지 형태의 10만원대 상품까지 다양했습니다.
반응도 좋습니다. 사주 AI를 이용한다는 한 사용자는 “고민이 생길 때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용도로 자주 사용했다”며 “특히 과거 이야기는 꽤 잘 맞는 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유명하다는 점집에 가면 기본 상담료가 5만원을 넘는데, AI는 훨씬 저렴하면서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주 AI 소비는 무거운 운명론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2030 세대에게 사주는 인생을 결정짓는 절대적 기준이라기보다, 선택을 앞두고 참고하는 도구에 가까웠습니다. 오늘 어떤 옷을 입을지, 중요한 약속을 잡아도 되는 날인지 등을 가볍게 확인하는 수준입니다.
최병호 고려대학교 휴먼 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사주는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선택을 돕는 참고 자료로 소비되고 있다”며 “AI는 이 문화를 모바일 환경에 맞게 재구성한 매개체”라고 사주AI앱에 대해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의문이 생깁니다. 다수 사주 앱은 자체 모델보다는 오픈AI의 GPT나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 글로벌 빅테크의 API를 활용합니다. 이미 챗GPT 등을 구독 중인 이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추가 결제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업계와 학계는 사주 AI의 경쟁력이 모델 자체가 아닌 ‘재료를 요리하는 방식’에 있다고 분석합니다. 최병호 교수는 "업체들은 일반인이 도저히 작성할 수 없는 A4 서너 장 분량의 정교한 프롬프트(명령어)를 백엔드에 장착하고 있다"며 "질문의 수준이 낮으면 결과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 전문 서비스는 이 프롬프트를 고도로 튜닝했기에 돈을 지불할 가치가 생기는 것"이라고 사주AI의 시장 가치를 평가했습니다.
'한국형 데이터의 로컬라이징'도 핵심 차별점입니다. 글로벌 모델은 동양의 한자 기반 DB나 특화 데이터가 부족해 무료 질의 시 엉뚱한 답을 내놓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이 잦습니다. 최 교수는 "국내 업체들은 명리학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이를 1020 세대의 언어로 치환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글로벌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한국적 맥락과 해석의 전환이 곧 기술 특성이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사주 AI는 동일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데이터 구성과 프롬프트 설계, 해석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서비스로 구현됩니다.
이용자들이 어떤 AI 모델을 썼는지보다 자신의 고민을 얼마나 정교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주는지를 기준으로 결제 여부를 판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사주 AI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유료 서비스로 자리 잡은 배경입니다.
같은 API 기반이라도 이를 구현하는 해설의 깊이와 전달 방식에 따라 서비스 경쟁력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용자 유입이 늘수록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토대로 해석 정확도와 사용자 경험이 개선되면서 사주 AI 앱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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