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기의 핀하이] 日은 발행 시작했는데…스테이블코인, '빗썸 사태'에 발목

  • 발행인 인가 조건 엄격해질 듯…일본, 발행 주체별로 규제 달라

  • "디지털자산기본법 신속 제정" 이구동성…'지분율 제한' 이견

이재원 빗썸 대표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재원 빗썸 대표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빗썸에서 발생한 62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로 인해 2단계 가상자산법(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에도 변수가 생겼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 핵심 쟁점에 더해 가상자산 사업자 내부통제 장치 강화로 논의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신속한 입법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 관련 규제 공백을 채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권과 정치권에서는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여전한 데다가 내부통제라는 새로운 논의가 더해지면서 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늦어지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도 지연이 불가피하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어디까지…日, ‘차등 규제’로 안정·혁신 도모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자산 업계는 이번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가 비은행 금융사의 내부통제 역량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비은행 금융사를 믿지 못할수록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인가 요건을 은행 주도 컨소시엄에 국한하는 방안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USD)나 원(KRW) 등 특정 통화에 가치가 고정된 가상자산이다. 실제 화폐와 사실상 같은 가치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쉽고 빠르게 거래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테더와 서클이 달러화에 가치를 고정해 발행하는 USDT, USDC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을 어느 정도로 개방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와 정부는 은행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에 우선적으로 발행인 인가를 내어주고, 추후 그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처음부터 비은행 금융사에도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자 은행이 스테이블코이 발행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웃 나라 일본이 스테이블코인에 도입한 ‘차등 규제’를 참고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치노 다케시 바이낸스 일본법인 대표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피알브릿지에서 열린 ‘바이낸스 블록체인 스터디’에서 일본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피알브릿지
치노 다케시 바이낸스 일본법인 대표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피알브릿지에서 열린 ‘바이낸스 블록체인 스터디’에서 일본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피알브릿지]
일본은 은행과 비은행 금융사 모두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다만 업권별로 받는 규제가 다른다.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피알브릿지에서 열린 ‘바이낸스 블록체인 스터디’에 참석한 치노 다케시 바이낸스 일본법인 대표는 “규제 당국과 업계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은행뿐 아니라 결제사업자와 신탁사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며 “다만 업권별로 규제가 달라 시장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한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결제사업자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은 거래당 100만엔(약 939만원) 이하로만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은행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 방식이다. 치노 대표는 “은행업은 인가 자체가 어려우니 스테이블코인 사업에는 비교적 유연한 규제가 적용된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면 은행과 협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가 마련되는 만큼 올해는 전통적인 금융기관도 적극적으로 코인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권에서도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신속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숙의 안 된 ‘대주주 지분 제한’…野 “금융사고와 무관”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정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내용을 디지털자산기본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의가 교착 상태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투자자가 1100만명에 달하고, 가상자산 거래량이 일평균 4조원에 이르는 만큼 인프라적 성격이 강해 규제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가상자산 업계나 국회 일각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한 숙의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작년 12월 말에 금융위원회가 정부 측 중재안을 국회에 보고할 때 관련 사안이 갑자기 포함됐다”며 “관련 내용이 공개되기 전에 업계와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이후 당정은 규제 중심의 디지털자산기본법안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발언을 쏟아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배구조 분산을 통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가상자산 거래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에서도 ‘시스템’이나 ‘구조적 문제’ 등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나 야당은 금융사고와 금융사 지배구조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국회 정무위 긴급 현안질의에서 “내부통제 시스템 결함과 대주주 지분율은 상관이 없다”며 “(사고가 발생하니까) ‘옳다구나’ 하고 대주주 지분율 제한과 연동해서 말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신속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위해 대주주 지분율 제한 논의는 추후 보완 입법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신속한 제정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여당이 단독으로 대주주 지분율 제한을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입법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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