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최근 법원 판결이 들쑥날쑥하면서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여당의 사법부 공격으로 인하여 사법부의 위상, 사법부의 독립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까지 약화될 경우에는 사법부의 존립까지도 우려된다.
특히 특검의 구형이 징역 15년으로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해서는 구형보다 훨씬 높은 징역 23년의 형이 선고되었는가 하면,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징역 1년 8개월의 형이 선고되었다. 과연 특검의 구형에 문제가 큰 것인가? 법원의 선고 형량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국민들의 법원에 대한 신뢰를 더 크게 훼손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 3심인 대법원은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으로 널뛰기 판결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법원 판결이 이렇게 들쑥날쑥하여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될 수 있다.
사법부의 독립은 법원의 독립(조직상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재판상의 독립)으로 구분되며, 법관의 독립은 헌법과 법률 및 양심에 따라 법관이 독립하여 재판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법관의 주관이 재판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며, 과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어떤 법관이 사건을 담당하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는 것과 같은 불합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사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둘째, 법관들 사이에 유죄 및 무죄의 판단, 그리고 양형 판단에 대한 지속적인 공감대의 형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법연수원 시절이나 초임 법관으로서 훈련을 받을 당시에는 유무죄의 판단 및 양형 판단에 대한 공감대가 비교적 폭넓게 형성되어 있으나, 재판을 통해 다양한 사건들을 경험한 이후에 법관마다의 소신 및 판단기준에 변화가 생긴다.
이러한 변화 이후에 법관의 독립만을 강조하고, 개인적인 판단을 앞세우면 판결의 편차가 지속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법관들 사이에 지속적인 소통, 경험의 교류 등을 통해 재판 기준에 대한 공감대의 유지⋅강화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것이다.
셋째, 이러한 들쑥날쑥한 판결 및 그로 인한 국민들의 사법불신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한 법관들의 인식이 부족하다. 과거와 달리 어떤 국가기관이든 국민의 신뢰 없이는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존립조차 위태로울 수 있다. 그런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이른바 사법농단의혹 사태 등을 겪으면서도 법관들이 국민의 사법 신뢰가 갖는 의미를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대법원이 양형기준의 혼란이 심각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2007년부터 양형위원회를 구성하여 합리적 양형기준의 제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성과는 제한적이다. 대법원의 양형기준이 법관들에게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것이 법관의 독립에 우선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개별적 사건에 따라 고려되어야 할 사정들의 차이를 세밀하게 고려하여 양형기준을 만드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양형기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법관들 사이에 유무죄에 대한 기준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에는 판결마다의 오차가 계속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며, 사법에 대한 불신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유사 사건에 대한 1심 재판부들의 판결에서 보이는 차이는 법관들의 재판기준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물론 3심제를 통해 1심 재판부 간의 차이는 2심 또는 3심에서 정리될 수 있다. 그러나 1심 재판부 판결의 차이는 국민들이 사법을 불신하는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법관의 독립은 존중되는 가운데- 법관들 사이에 재판기준에 대한 토론의 활성화 및 이를 통한 공감대의 형성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토론은 다양한 형태로 실현될 수 있다. 예컨대 자주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온라인에서 많은 법관들이 참여하는 토론도 필요할 것이고, 특정 주제에 대해 관심있는 법관들의 소규모 온⋅오프라인의 토론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법관들 사이에 어떤 결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그러나 다양한 쟁점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이해를 공유할 수 있는 토론,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토의하는 가운데 서로의 공통분모를 확인하고 확장할 수 있는 소통의 장(場)이 많아질수록 판결의 오차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1심 판결과 2심 판결의 과도한 오차에 대해서도 반성적 숙고가 필요하다. 과연 1심 판결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가? 아니면 2심 재판부에서 1심 재판부를 존중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많은가?
1심 재판부에서는 판결의 근거를 더욱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할 것이며,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되, 명확한 오류에 대해서 정확한 지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상호 존중을 전제해야 한다. 법관들이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데, 국민들이 법관들의 판결을 존중하기를 기대할 수 있는가?
모든 법원 판결의 최종심이며, 사법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담보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대법원의 위상과 역할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의 위상과 역할이 계속 위축되고 있는 것은 정치권의 압력 때문만은 아니다. 대법원이 인권과 법치의 최후 보루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더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사법부의 위상과 역할, 사법부의 독립과 이를 통한 중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은 사법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과제이다. 1차적으로 법관의 과제이고, 2차적으로 모든 국가기관이 존중해야 하는 헌법적 요청이며, 최종적으로 모든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전제이다.
이러한 과제 수행을 위한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법관들과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사법부가 정치적 외압에 저항할 힘을 얻는 것이, 인권보장의 최후보루가 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 ▷전 국회 개헌특위·정개특위 등 자문위원 ▷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