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대통령 한마디에 '스톱'…중복상장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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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전경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중복상장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 한마디가 나오자 기업의 IPO 계획 하나가 멈춰 섰습니다. LS그룹이 추진하던 에식스솔루션즈 기업공개(IPO)가 철회됐죠. 정책 발언 하나가 기업의 상장 전략을 바꾼 이례적인 장면입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식스솔루션즈는 LS가 2008년 인수한 미국 전선업체 슈페리어에식스에서 전기차 모터와 변압기용 특수 권선 사업을 분리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테슬라와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둔 해당 분야 선두 기업으로, 성장성만 놓고 보면 상장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시선은 달랐습니다. “에식스솔루션즈의 성장성을 보고 LS 주식을 매수했는데, 핵심 사업을 따로 상장시키는 것은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모회사 주주 우선 배정 같은 보완책이 제시됐지만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중복상장 지적 발언은 결정타가 됐습니다. LS는 상장 신청 철회 공시를 통해 “소액주주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우려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주 보호와 신뢰 제고 차원에서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적 발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중복상장 논란에 대한 백기 투항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복상장이란 무엇일까요. 중복상장은 모회사가 이미 상장된 상태에서 핵심 계열사나 자회사를 다시 상장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겉으로 보면 기업 가치가 확장되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모회사가 보유한 핵심 사업이 분리돼 상장될 경우 성장의 과실이 자회사로 이전되면서 모회사 주주 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증시에서 중복상장 논란이 본격화된 계기는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었습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이 물적 분할돼 상장되면서 모회사 주가가 급락했고, 이후 중복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에서 중복상장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외 주요국보다 높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증시 시가총액 가운데 중복상장 기업 비중은 18.0%에 달합니다. 일본(4.0%), 대만(2.7%), 중국(2.4%), 미국(0.05%)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준입니다. 기업 지배구조가 복잡한 상태에서 핵심 자회사를 반복적으로 상장시키는 관행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이 때문에 중복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운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거래소도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습니다. 중복상장 관련 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 논란이 반복되는 만큼, 공시와 제도를 통해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중복상장은 악재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관련 공시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회사 설립과 지분 구조, 물적 분할 여부,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과 자금 조달 방식은 수년 전부터 사업보고서와 주요 공시, IR 자료를 통해 미리 확인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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