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다카이치 총선 카드, 日보수 재편 신호탄 되나…한일관계는 변화 '제한적' 전망

  • 승리 시 자민당 내 보수 재편 가속...옛 아베파 복귀, 강경 보수 확대

  • '우경화' 논란에 선 긋는 다카이치...'보통 국가' 프레임 강조

  • 보수 강화에도 한일관계는 '관리 국면' 유지 전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교도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교도·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을 공식화하면서 일본 정국이 다시 한 번 큰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취임 3개월여 만에 임기 반환점도 돌지 않은 중의원을 해산한 것은 이례적인 선택으로, 높은 내각 지지율을 배경으로 정치 지형을 재편하려는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할 경우 다카이치 정권의 보수적 성향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일관계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3일 중의원 해산을 발표하고 내달 8일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조기 총선을 선택한 가장 큰 배경은 국회 내 불안정한 의석 구조다. 현재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연립 여당은 중의원 과반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어 예산안 처리, 방위비 증액, 헌법 개정 논의 등 핵심 정책 추진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예산위원장과 헌법심사회 회장 등 주요 보직을 야당이 맡고 있어 관저 주도의 국정 운영에 제약이 적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로서는 총선을 통해 안정적 다수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정책 구상을 본격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자민당 내부의 권력 지형 변화도 예상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번 선거에는 과거 ‘비자금 스캔들’로 공천에서 배제됐던 의원 37명이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는 옛 아베파 인사들과 강경 보수 성향 후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이 대거 당선될 경우 자민당 내 온건·중도 성향의 발언권은 약화되고, 다카이치 총리를 중심으로 한 보수 색채는 더욱 짙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향후 자민당 총재 선거와 장기 집권 구상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내년 가을에 있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그러했듯 ‘다카이치 장기 집권 체제’가 실현될 수 있고, 이는 일본의 우경화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이러한 ‘우경화’ 지적에 대해 거듭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총선을 공식화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노선이 결코 극단적 보수가 아니라 “보통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방위력 강화와 안보 정책 재정비는 국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다카이치 총리는 총선 승리 시 3대 안보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 정비계획) 조기 개정, 국가 안보 체계 정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정권이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외교 노선 전반이 급격히 전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관리 기조’를 유지하는 등 변화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한·일 양측 모두에서 우세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이후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셔틀 외교 지속 의지를 확인하는 등 관계 안정에 공을 들여 왔다. 중·일 갈등과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일본으로서는 한·미·일 협력 틀을 유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수적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총선 이후 일본의 대중 강경 노선이 유지되거나 강화될 경우 오히려 한·일 협력의 전략적 필요성은 커질 수 있다. 한·일 간에 안보와 공급망, 통상 문제, 인적 교류 등에서 협력 공간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TP) 가입 문제 등에서도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결국 일본은 과거사나 영토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갈등을 관리하며 실익을 추구하는 접근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다카이치 정권의 보수적 성향과는 별개로 작동하는 구조적 요인이라는 평가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기대만큼 의석을 늘리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연립 여당 자리에서 물러난 공명당이 보유한 조직표가 접전 지역에서 얼마만큼 힘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더불어 야권의 확장력도 중요한 변수다. 현재로선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결성한 ‘중도개혁연합’이 중도층 유권자의 마음을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당이 일정 정도 성과를 내면 보수 일변도 흐름에 대한 견제 심리를 흡수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국정 운영에서 일정 부분 조정과 타협을 강요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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