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부하로 부리며 거드름 피우는 호랑이, 까치와 스스럼 없이 친구가 된 순둥이 호랑이, 어딘가 모자란듯하면서도 우직한 호랑이까지.
민화(民畵) 속 호랑이를 바라보다 보면, 문득 '저 호랑이, 참 누구 닮았는데?'란 생각이 든다. 살다 보면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상사나 선배, 기사 속 정치인, 혹은 드라마 속 인물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호랑이 얼굴 위에 누군가의 얼굴이 겹친다.
갤러리현대 본관과 신관에서 각각 진행 중인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와 '화이도' 두 개 전시에서는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한 호랑이들을 볼 수 있다. 호랑이지만 다 같은 호랑이가 아니다.
두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호랑이의 얼굴이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신격화된 존재이자 권력을 상징하는 동물이었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호랑이들은 위엄있는 권력자보다는 전래동화 속에서 본 거들먹거리면서도 어딘가 허술한 모습의 호랑이에 가깝다. 호랑이가 지닌 지극히 인간적인 결이 시선을 붙잡는다.
19세기에 그려진 '담배 피는 호랑이'에서는 맹수 호랑이가 연약한 토끼에게 담배 시중을 받는 장면이 담겨 있다. 장죽을 떠받든 토끼는 행여 실수라도 저지를까봐 호랑이 입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반면, 호랑이는 담배맛을 음미하는 그 휴식의 순간에도 앞에 있는 무언가를 후려칠 듯 표독스럽다.
반면, '까치 호랑이'(19세기) 속 호랑이는 동글동글 귀엽다. 종알종알 재잘거리는 까치 두 마리가 갖고 온 소식이 신기한 듯, 놀라운 듯 두 눈을 번쩍 뜨고 귀 기울인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아이처럼 눈을 빤짝인다. 까치들의 말이 끝나자마자 순진한 눈동자로 "정말이야?"하고 되물을 것만 같다.
민화 속 해학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과거 민화가 주로 먹을 사용했다면, 현대 작가 이두원의 '소나무 아래 도깨비 호랑이와 까치'는 아크릴 과슈, 울실 스티치 등을 적극 활용했다. 재료가 다양해진 만큼, 호랑이 얼굴도 화려하다. 핑크, 노랑, 하늘 등 색색깔의 이국적인 얼굴의 호랑이는 두 날개를 펼치고 호들갑떠는 까치를 향해 "뭐라고!"하면서 당장이라도 까치의 문제를 해결해줄 기세다. 무섭기보다는 오지랖이 넓어 보인다.
이 세 작품을 보면, 어떤 호랑이를 만나느냐에 따라 까치나 토끼의 팔자가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토끼와 까치의 태도에 따라 호랑이의 얼굴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호랑이가 단독 주인공인 그림보다, 그 곁에 까치나 토끼가 있을 때 유독 사람 사는 냄새가 짙게 풍긴다고 할까.
전시는 2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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