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연준 의장 정면충돌…사상 초유 사태에 공화당서도 우려

  • 법무부, '연준 청사' 문제삼아 파월 수사…업무 공정·형평성 논란 확산

  • FT "파월 기소 추진, 오히려 연준 이사직 잔류 가능성 키울수도"

  • 공화당서도 우려 확산…美재무장관 "수사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AP·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겨냥해 형사 수사를 추진하면서, 중앙은행 수장과 현직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연방정부와 연준 수장의 충돌이 미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공화당 내부에서도 제기되면서 사태의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아 파월 의장이 오는 5월 의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임기가 2028년 1월까지인 연준 이사직에는 계속 남아 연준과 백악관 간의 충돌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태는 파월 의장이 자신을 대상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형사소추 움직임을 공개하고 이를 강하게 반박하면서 본격화됐다.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연준 청사 개보수에 대한 지난해 6월 나의 의회 증언과 관련해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지난 9일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사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파월 의장을 비판할 때 반복적으로 거론해 온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현직 대통령으로는 이례적으로 워싱턴DC의 연준 청사 개보수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이 약 31억달러 정도인 것 같다. 약간 올랐다. 사실 많이 올랐다"면서 "27억 달러(약 3조9740억원)였던게 31억달러가 됐다"며 공사비 증액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문제는 구실일 뿐,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 저항해 온 자신을 겨냥한 '보복'이자 '압박'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는 "이 전례 없는 행위는 행정부의 위협과 지속적인 압박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이것은 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기보다 공공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방향에 따라 금리를 결정해 왔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연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 중립성에 대한 원칙을 사실상 부정하며 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왔다. 그는 기준금리가 1%까지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파월 의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2기 재임 기간 연준은 기준금리를 세 차례, 총 0.75%포인트 인하해 현재 3.50~3.75%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무부의 파월 의장 기소 움직임은 차기 연준 의장과 연준 인사 전반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따르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WSJ 인터뷰에서 연준 의장이 누가 되든 "(통화정책 결정에) 내 목소리가 경청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인사에도 직접 개입해 왔다. 매파(통화긴축 성향)로 분류되는 리사 쿡 연준 이사에게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이유로 해임 통보를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쿡 이사는 법원에 이의를 제기해 현재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또 매파로 꼽히던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가 조기 사퇴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인 스티븐 마이런을 연준 이사로 임명했다. 차기 연준 의장 역시 통화 완화 성향의 측근 인사가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연준 이사 7명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는 3명이다. 파월 의장의 의장 임기는 오는 5월 종료되지만, 이사 임기는 2028년 초까지다.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준 이사들과 지역 연은 총재 5명으로 구성된다.

한편 파월 의장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직은 때로 위협에 굳건히 맞서는 것을 요구한다”며 “나는 미국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성실함과 헌신을 유지한 채 상원이 맡긴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법무부의 파월 의장 기소 추진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 파월 의장이 5월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2028년 1월까지인 연준 이사직에 계속 남을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연준 내부 인사들은 이 사안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트럼프가 통화정책 통제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선언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독립성 위협을 우려하는 인사들이 오히려 자리를 지키려는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준 고위 관료 출신인 데이비드 윌콕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의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조치를 취한 유일한 설명은 파월과 동료들을 위협하려는 의도"라며 "그러나 문제는 파월이 쉽게 겁먹을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사로 파월이 연준을 떠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을 겨냥한 수사 소식이 알려지자 공화당 및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까지 우려를 제기하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톰 틸리스 의원(공화·노스캐롤라이나)은 법무부 수사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 법적 사안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연준 의장 공석을 포함해 어떤 연준 지명자의 인준에도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차기 연준 의장 인준을 담당하는 곳으로,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선 구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파월 의장 수사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며,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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