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사법적 판단으로 무력화될 가능성이 거론되자, 금융시장은 안도와 경계를 동시에 보이고 있다. 관세가 사라지면 무역 질서가 정상화되고 세계 경제의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앞선다. 그러나 기본과 상식의 관점에서 보자면, 관세의 존폐만으로 세계가 곧바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관세는 표면에 드러난 정책 수단일 뿐이며, 그 이면에 자리한 정치적 불확실성과 제도적 변동성은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선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전략이 흔들린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정치적 패배로 규정하는 것 역시 상식적인 판단이라 보기 어렵다. 그의 통치 방식은 특정 정책의 일관된 유지보다, 압박과 긴장을 조성해 협상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관세가 사라지더라도 다른 법적 장치나 행정적 수단을 통해 유사한 압박 효과를 시도할 여지는 충분하다. 문제의 본질은 관세의 존폐가 아니라, 미국 정책이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는 인식이 이미 세계에 구조적으로 각인돼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태도 또한 단순한 승패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해석이다. 관세 무효화는 중국에 단기적인 숨통을 틔워줄 수는 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의 중심축은 이미 관세를 넘어 기술, 금융, 공급망, 동맹 구조로 이동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중국이 주목하는 것은 당장의 수출 회복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 자본이 체감하는 정책 환경의 안정성이다. 관세가 사라져도 전략적 경쟁의 틀은 유지되며, 다른 형태의 압박이 등장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이 마주한 현실은 더욱 복합적이다. 대미 투자와 공급망 협력은 이제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외교와 안보의 영역으로 확장돼 있다. 이미 약속된 투자를 철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선택지에 가깝지 않다. 다만 투자 집행의 속도와 범위를 조정하며 불확실성 해소를 기다리는 전략은 충분히 상식적인 대응이다. 이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불확실한 환경에서 성급한 결정을 피하는 합리적 판단에 가깝다. 다만 이러한 조정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중장기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위험 요인이다.
세계 경제의 관점에서도 관세 완화가 곧바로 투자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기업과 자본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높은 관세 그 자체보다, 정책이 언제든 급격히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오늘은 관세가 무효화되고 내일은 다른 형태의 규제나 제재가 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질수록, 기업은 결정을 미루게 된다. 이는 투자 지연과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관세의 종말은 안정의 신호라기보다 새로운 국면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 관세라는 명확한 갈등의 상징은 사라질지 모르지만, 그 자리를 정치적 불확실성과 제도적 모호성이 대신할 공산이 크다. 시장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낮은 관세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정책이다. 기본과 상식의 관점에서 볼 때, 관세 이후의 세계는 낙관보다 신중함을, 단기 기대보다 장기적 안목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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