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이미 현실을 말하고 있다. 다수 지방 사립대의 신입생 충원율은 70%에도 미치지 못하고, 일부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폐교 대신 연명형 지원에 의존해 명맥을 유지해 온 대학이 적지 않다. 재정지원 사업으로 시간을 벌고, 구조개혁은 다음 평가와 다음 정부로 미뤄졌다. 그 사이 학생 수는 줄었고, 교육의 질은 흔들렸으며, 지역은 더 빠르게 활력을 잃었다.
문제의 본질은 대학의 수가 아니라 대학의 역할이다. 지방 대학이 지역 발전의 거점이 되려면 지역 산업과 연계된 교육 역량과 연구 기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상당수 지방 사립대는 특성화 전략 없이 정원 유지에만 매달려 왔다. 학과 구조조정은 지연됐고, 지역 산업과의 연결 고리는 끊어졌다. 그 결과 지방대는 지역에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떠나기 전 단계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구조조정이라는 단어 앞에서 번번이 주저해 왔다. 대학은 지역의 상징이고 고용의 한 축이며, 폐교는 곧 지역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학생이 오지 않는 대학이 지역 소비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연구와 혁신 기능을 상실한 캠퍼스가 지역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가. 경쟁력을 잃은 대학을 억지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지역 쇠퇴를 앞당기는 길이다.
특히 사립대 구조조정은 더 이상 대학 자율에만 맡길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재정 부실과 학사 운영 붕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공적 자금이 투입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공적 관리와 책임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다. 사립대 구조개선과 관련한 법·제도 논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퇴출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통합과 전환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도화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의 방식이다. 무작정 문을 닫는 접근은 지역 사회의 반발만 키울 뿐이다. 거점 대학 중심의 통합, 전문대·평생교육기관으로의 전환, 지역 산업 맞춤형 캠퍼스 재편 등 다양한 출구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대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능이 재배치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는 교육 정책이자 동시에 지역 산업 정책이다.
지방을 살린다는 말은 더 이상 추상적 구호로 통하지 않는다. 인구, 산업, 재정이라는 냉정한 현실 앞에서 선택을 미루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 지방 대학 문제는 지방 소멸의 원인이자 결과다. 대학을 바꾸지 않고서는 지역을 바꿀 수 없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모두를 살리겠다’는 환상을 내려놓는 데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연명형 지원이 아니라 전략적 결단이다. 살아남을 대학에는 과감히 투자하고, 그렇지 않은 대학에는 명확한 정리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지방 교육을 살리고, 나아가 지방 자체를 살리는 최소한의 상식이다. 더 늦기 전에 정치적 부담을 넘어선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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