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직업계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소위 '화이트칼라'라 불리는 사무직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AI가 대신할 수 없는 현장 기술직으로 직업 안정성과 전문성을 살리려는 수요가 커진 탓이다.
27일(현지시간)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 동부 매사추세츠에 있는 우스터공고와 나쇼바밸리공고를 취재했다. 취재진이 찾은 학교 현장에서 고교생들은 학교 내 동물병원에서 고양이 초음파를 촬영하고, 건물 배선 설치 실습이나 온수 배관 수리, 자동차 보닛 정비 등 기술을 배웠다.
흔히 전문계 고교라 불리는 직업 특화 고교는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기술직으로 이끄는 곳으로 여겨졌다. 우스터공고의 브라이언 포터 교감은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온다는 학생은 전부 입학시키려고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 학교는 오늘날 입학 대기자가 매년 600~800명에 달한다. 게다가 졸업생 중 3분의 2는 대학에 진학한다.
우스터 공고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매사추세츠대 앰허스트에 다니고 있는 펀비 파토케(18) 학생은 "이곳은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라고 소개했다. 수의사를 꿈꾸며 이곳에서 수의보조 전공을 하고, 관련 대학 학부를 거쳐 수의학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도 있다. 매사추세츠에서는 이들 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이 5000~1만명 대기 중이며, 현지 교육 당국은 2026년 9월 입학부터는 아예 추첨 입학 제도를 전면 도입했다.
전문계고의 인기 배경에는 대학 입학 전 실무에 기초를 다지겠다는 욕심이 깔려 있다. 건축공학 진로를 희망하는 나쇼바밸리공고 11학년(한국 고2) 매튜 포그는 WSJ에 "대학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전문계고 진학을 결정했다)"면서 "일반계고에서 (대학에) 진학한 사람보다 더 강한 기본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고교 시절부터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 졸업과 동시에 창업을 준비하는 고교생들도 있다. CBS 뉴스에 따르면, 애리조나 메사에 있는 마운틴뷰고 졸업반인 케이든 에번스(18)는 중장비 임대 회사인 '엠파이어 캣'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고교 졸업 직후인 내년 5월 창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에스는 "나는 현장 기술자로 일하고 있어 AI가 두렵지 않다"면서 "인공지능이 현장에서 엔진을 분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태양광 사업을 하는 비니 커시는 "(앞으로) 직업 안정성이 어떻게 될지 알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기술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무직으로 오랜 기간 근무했지만 기술직으로 새 삶을 찾아 교육을 받으려는 어른들도 늘고 있다. 미 서부 워싱턴주 고용 당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1만5900여명의 견습생이 기술을 배웠으며, 이는 10년 전 8900명보다 7000명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현지 KUOW방송은 전했다. 이들 견습 프로그램은 대부분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도 부모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주택서비스 소프트웨어 업체인 조버의 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부모 중 7%만이 자녀가 직업계고에 진학해 현장 직무를 하는 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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