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에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폐합 등 자율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죄는 가운데 정작 정부·정치권 지원책에는 '전기료 감면' 등 업계가 바라는 내용이 빠져 아쉽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력도매가격(SMP) 하락으로 정부·한국전력이 전기료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만큼 석화·철강 등 위기 산업에 대한 추가 지원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제기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공급받을 때 기준가 역할을 하는 SMP는 지난달 ㎾h(킬로와트시)당 100원 밑으로 하락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때 ㎾h당 267원까지 올랐다가 국제 유가 하락에 힘입어 4년여 만에 안정된 것이다. 글로벌 LNG(액화천연가스) 공급과잉이 예측되는 만큼 내년에도 추가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SMP 하락으로 한전도 전기료를 낮출 여력이 생겼지만 석화 업체 생산원가에서 5%에 달하는 전기료 감면에 대한 정부·정치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석유화학 특별법)'에는 여수·대산·울산 등 3대 석화산단 내 NCC 통합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만 담겼을 뿐 초안에 있던 전기료 감면은 통상 마찰 우려와 한전 적자 심화 등을 이유로 삭제됐다.
대규모 장치 산업인 석화 산업 특성상 전기료가 오르면 원가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 정상화 명목으로 요금을 70% 가까이 올렸다.
현재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182원 수준이다. 중국(127원), 미국(116원) 등과 비교해 원가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등을 언급하며 석화 업체에 대한 전기료 감면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무 부처가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원화된 점도 정부가 속도감 있게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슈퍼 사이클(초호황)에 진입한 반도체 업계는 비싼 전기요금을 견디며 국내 생산을 지속할 수 있지만 석화 등 중국발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업종은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가정용 요금은 3년째 그대로 두고 산업용 요금만 대폭 올리면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보다 비싼 나라가 됐다"며 "도매가격이 소매가보다 비싼 셈"이라고 지적했다.
석화 업종 전체에 대한 전기료 감면이 어렵다면 산업위기지역에 한해 전력산업기반기금(전기료의 2.7%)을 활용해 전기료를 할인하거나 전기가 남아도는 경부하 시간대(오후 10시~오전 8시)에 전기료를 감면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오옥균 HD현대케미칼 부대표는 지난 9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석화는 전후방산업과 긴밀히 연계된 기반 산업"이라며 "3년 정도만 도와주시면 그 기간 동안 끈을 단단히 매고 뛰어 회복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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