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P 1주년 포럼, 전문가들 "양극화 시대, 언론의 새로운 역할 정립해야"

  • "디지털 전환과 양극화 시대,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왼쪽에서부터 손지애 이화여대 객원교수 박한우 영남대 교수 이병종 숙명여대 교수 서혜승 AJP 편집국장이 AJP 1주년 창간 포럼의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AJP 유나현
손지애 이화여대 객원교수(왼쪽부터), 박한우 영남대 교수, 이병종 숙명여대 교수, 서혜승 AJP 편집국장이 AJP 1주년 창간 포럼에서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AJP 유나현
 
아주뉴스코퍼레이션 영문 통신사 AJP가 창간 1주년을 맞아 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극단, 쏠림, 디지털 전환의 시대-미디어의 역할'을 주제로 미디어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손지애 이화여대 객원교수, 박한우 영남대 교수, 이병종 숙명여대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미디어 방향에 대한 토론을 벌였으며 서혜승 AJP 편집국장이 진행을 맡았다.
 

이병종 교수는 과거 국제 뉴스 흐름의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며 논의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과거 유네스코도 서구 중심의 뉴스 공급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으며 당시 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사들이 연합해 대안 미디어를 구축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AJP를 비롯한 아시아 언론사들이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미디어 발전을 통한 대한민국, 이제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않았느냐"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특히 한국의 온라인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 주목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인터넷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있었고, 당시에는 SMS(단문 메시지 서비스) 같은 통신 수단으로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는 소셜미디어로 인한 팬덤 정치와 진영 중심의 부정적 방향으로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거짓 정보가 진실한 정보보다 약 6배 빠르게 확산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우려를 표명했다.

서혜승 편집국장은 암호화폐 예측 시장의 등장이 민주주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암호화폐는 국경이 없고, 실제로 한국의 탄핵에 대해서도 베팅이 이뤄졌다"며 "베팅은 극단적으로 해야 이익을 보는 구조인데, 이런 극단화 현상이 새로운 표준이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박한우 교수는 "폴리마켓 같은 암호화폐 기반 예측 시장은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 시기에도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금융적 측면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디지털과는 접점이 없었다"고 비교했다. 그는 "이제는 직접 본인 주머니와 연결된 경제적 이익을 위해 오히려 본인 이데올로기와 반대되는 의견에 베팅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하며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상충하는 주장이 난립할 때 언론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 청중은 "기계적 중립을 고수하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고 화두를 던졌다.
 

손지애 교수는 "기자가 기사를 쓰는 데 있어서 완전한 객관성은 달성하기 어렵다"며 "어떤 기사를 작성할지 결정하고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주관적인 판단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함에 있어서 기자는 독자보다 먼저 주제에 대한 양면을 이해하게 되고, 이 기사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공평하고 균형 잡힌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학생들에게 기사 작성 훈련을 시킬 때 항상 셀링포인트를 찾으라고 가르친다"며 "궁극적으로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한 판단은 편집장이나 기자가 내리기에 인간인 기자의 소양과 지식, 윤리의식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병종 숙명여대 교수가 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AJP 창간 1주년 기념식 및 포럼에서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청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JP 유나현
이병종 숙명여대 교수가 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AJP 창간 1주년 기념식 및 포럼에서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JP 유나현
 

박한우 교수는 영문 뉴스의 특수성과 딜레마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바뀌어가는 패러다임에 맞춰 뉴스도 변해야 한다"며 "영문 뉴스를 생산하는 입장에선 국익을 우선할 것이냐, 글로벌 보편성을 따를 것이냐가 핵심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저널리즘의 규범을 정하는 것은 뉴스룸 내부에서 합의가 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최근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하며 "국익 관점에서 보도한다면 동정적이거나 우호적으로 접근해야겠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도한다면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관리 소홀을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쿠팡 사건에는 중국인 연루설도 있는데 이를 민족주의적으로 접근할 것이냐, 글로벌 보편주의적으로 접근할 것이냐 하는 차이도 존재한다"며 "결국 한국 뉴스를 바라보는 독자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소셜미디어 이상의 정보를 원하므로 취재는 더욱 깊이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의 독자 신뢰 구축 방안에 대한 질문에 이병종 교수는 "분명 중립을 지키거나 독자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은 오늘날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충성 독자층에 너무 초점을 맞추면 결국 객관성을 일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보도하면서도 최소한의 재정적 안정성은 확보해야 한다"며 "일부 언론사들은 광고나 구독료가 아닌 정부 지원금이나 기부금 같은 대안적 수익 모델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한우 교수는 "면대면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며 "대부분 일반 독자들은 연령대가 있기에 기자나 부장들과 직접 만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접 만나고 독자들과 대화하는 부분이 레거시 미디어와 전통 미디어에 특히 필요하다"며 "뉴욕타임스도 이런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니어 독자들에게 직접 뉴스 브리핑이나 정보 전달을 한다면 그들의 구독 의지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지애 교수는 "면대면 소통도 중요하고, 재정적 안정성 확보도 중요하다"며 "오피니언 섹션에서 독자들은 자신이 신뢰하는 기자를 찾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독자들과 차별화된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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