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R&D 예산 구멍] 과기정통부 중심 R&D 예산…산업통상부 "균형 잃었다"

  • 더 많이 쓰고, 尹 정권보다 효율 떨어질 수도

  • 감사 강화로는 한계… 예산 기획 단계부터 검증 필요

  • 조달청, 세금 흐름 관리하는 투명 집행 관문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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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은 11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예산이 늘수록 효율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산업·환경·국방 등에 사용돼야 할 R&D 예산까지 과기정통부로 몰려 국가 전체 기술정책의 균형이 흔들리고 연구비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 중심 구조, 다른 부처 기술정책까지 흔들려
 
6일 산업통상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R&D 예산이 과기정통부에 집중되다 보니 산업·환경·국방 등 다른 부처의 기술정책이 제때 추진되기 어렵다”며 “부처 간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책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을 총괄 조정하는 기획재정부나 예산처가 직접 나선다면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과기정통부가 대부분의 예산을 쥐고 나머지를 나눠주는 구조라 특정 분야만 커지고 다른 분야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이 워낙 많아 내부에서도 예산 흐름을 세밀히 추적하기 어렵다”며 “성과보다 집행 자체가 목적이 되는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예산이 늘어도 효율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세청과 조달청 관계자들은 감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감사를 강화해도 이미 돈이 쓰인 뒤라면 부정이나 낭비를 잡아내기 어렵다”며 “예산을 쓰기 전, 즉 연구 과제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검증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 관계자도 “정부 연구비는 여러 기관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감시 체계보다 더 앞단에서 작동하는 ‘예산 설계 단계의 점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달청, 단순 집행기관 아닌 연구개발의 조정자 돼야
 
전문가들은 조달청의 기능을 단순한 예산 집행에서 ‘통합 관리와 조정’의 역할로 확장해 R&D를 비롯한 정부 발주 사업 전면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 R&D 예산은) 단순 지출이 아닌, 미래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산하기관을 중심으로 예산이 부적절하게 쓰인 사례가 드러나면서, 연구비 관리에 대한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며 “이제는 조달청이 단순히 물품을 구매하거나 용역을 발주하는 기관이 아니라, 연구개발 사업의 평가·관리·성과 확산까지 아우르는 전문 조정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와 기재부 등 관계 부처 간 칸막이를 줄이고 예산 중복과 낭비를 막기 위한 통합 관리체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조달청이 공정한 기준에 따라 연구 장비 구매, 용역 발주, 성과 평가를 일원화하면 세금 집행의 생산성과 국민 신뢰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이려면 제도뿐 아니라 방향성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AI) 연구소 교수는 “연구개발 효율을 높이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수”라며 “모든 분야에 예산을 고르게 나누는 방식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AI처럼 변화가 빠른 분야는 예산 투입 시점이 늦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정책이 시장의 변화를 즉시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집행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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