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지환 "'보스', 잊고 있던 열정 되살아난 작품"

영화 보스 박지환 인터뷰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보스' 박지환 인터뷰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유쾌한 웃음으로 올 추석 극장가를 접수한 영화 '보스'. 조직의 보스 자리를 서로 '양보'하기 위해 벌이는 역대급 코믹 전쟁 속에서 배우 박지환은 또 한 번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는 모두가 피하고 싶은 자리 '보스'를 향해 홀로 질주하는 남자 '판호'로 분해 특유의 인간미와 유머를 오가며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매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얼굴로 스크린을 채워온 배우 박지환은 이번 작품에서 '만년 넘버 3' 판호를 통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써 내려간다. 보스 자리를 향한 그의 야망과 좌충우돌식 노력은 단순한 코믹을 넘어 어딘가 짠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로 완성된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장면을 찍을 수 있을까 패스를 주고받고 서로에게 몰아주던 그 시간들이 생각났어요. 결과물보다는 그 과정을 함께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

그는 영화를 통해 잊고 있던 열정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모든 영화가 그래요. 결과를 즐기기보다는 그때의 시간을 떠올리게 돼요. 이번에도 영화를 보면서 순간 잊고 있었던 기억들과 열정이 되살아나서 정말 기뻤습니다."
영화 보스 박지환 인터뷰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보스' 박지환 인터뷰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박지환은 '보스'를 완성시킨 힘으로 '앙상블'을 꼽았다. '순태' 역의 조우진과 '강표' 역의 정경호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코미디의 매력이 살아났다는 자평이었다.

"코미디는 혼자 잘한다고 되는 장르가 아니잖아요. 배우들 모두 학구파였어요.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레시피로 웃음을 전달할 수 있을지 끝없이 고민했죠." 그는 특히 조우진에 대한 깊은 존경을 드러냈다. "우진이 형은 정말 대단했어요. 자신이 나서기보다 주변의 톤과 호흡을 맞추며 자연스럽게 무대를 만들어주는 사람이에요. 그 기둥 같은 존재감 덕분에 저도 현장도 훨씬 단단해졌던 것 같아요."

박지환은 '보스'가 지닌 웃음의 완성도를 "호흡에서 비롯된 코미디"라고 정의했다. 현장의 공기 배우 간의 리듬 그리고 서로의 즉흥적인 반응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지는 웃음이었다. 

"호흡이 중요한 코미디다 보니 배우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매순간 가만히 두지 않았고 생각하고 고민한 지점이 많았죠. 그 지점을 자연스럽게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했어요."

그는 동료 배우들의 진심 어린 몰입이 현장의 분위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규형이 같은 경우 약 먹는 신도 엄청 힘들어했어요. 즐기지 못하고 떨고 예민하고 불안해하면서도 끝까지 밀어붙였죠. 서로 그런 걸 보고 농담처럼 '그럼 뭐라고 할게' 하면서도 결국 그게 도움이 되는 거예요. 그렇게 양념을 치고 점점 취해가듯 몰입하는 순간들이 모여서 '보스'의 리듬이 완성됐던 것 같아요."
영화 보스 박지환 인터뷰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보스' 박지환 인터뷰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박지환은 오랫동안 코미디 장르를 해왔지만 그 속에서도 매번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왔다고 했다. 

"코미디가 딱히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렇다고 쉽지도 않죠. 그냥 저만 생각하면서 연기하면 이상하게도 좋은 작품 좋은 배우들과 만나게 돼요. 현장에서 각자 고집스럽게 자기 방식으로 밀고 가는 신들이 있었어요. 그래도 신기하게 조화가 되더라고요."

특히 '보스'의 판호 캐릭터는 과장된 웃음보다 섬세한 표현이 요구되는 인물이었다. 

"판호는 사실 엄청난 코미디를 하는 인물이 아니에요. 미세한 지점을 잘 연결하려고 했어요. 누군가는 밟고 누군가는 터지고 또 누군가는 그걸 딛고 가는 거죠. 그 리듬 안에서 판호가 제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게 이번 작품의 핵심이었어요."

박지환은 '보스' 속 판호를 연기하며 스스로도 낯선 감정의 결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판호의 원맨쇼 장면을 찍을 때는 단순히 욕망이나 탐욕보다는 미움과 서운함 같은 감정을 우선시했어요. 내가 보스가 되고 싶어서라기보다 나보다 부족해 보이는 누군가가 대표가 되는 게 억울하고 꼴보기 싫은 감정 있잖아요. 그게 판호의 동력이었어요."

그는 캐릭터를 밉게 그리는 대신 '성숙하지 못한 아이'의 시선에서 표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초등학생은 아니지만 성장하지 못한 어른의 감정이랄까요. 무식하지만 순수하고 미련하지만 진심인 인물이에요. 그게 판호의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감독과의 첫 미팅에서 나눈 대화도 깊게 남아 있다고 했다. "감독님이 '판호는 나쁜 놈도 코미디를 하는 사람도 아니다'라고 하셨거든요. 욕망을 표현하되 게걸스럽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희열의 탐욕처럼 보여야 한다는 거죠. 음식 먹는 장면도 숟가락을 들고 먹는 정도로 절제된 감정이었어요. 선거 때 완전히 드러나지만 판호는 반장이 되면 안 되는 인물이에요. 그 절묘한 한 끗을 잡는 게 숙제였죠."

박지환은 영화 '보스'의 액션 신을 "고된 합주이자 완벽한 오케스트라"라고 표현했다. 

"클래식한 합이었어요. 책으로 판을 치는 액션이었는데, 그게 먹히게 만드는 게 관건이었죠. 한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수십 번의 반복을 했어요. 회의실에서 싸우는 신은 특히 어려웠어요. 여기도 따야 하고 저기도 따야 하고, 단체로 앉았다가 일어나서 박자에 맞추고. 진짜 오케스트라처럼 호흡을 맞췄어요. 다들 몸이 부서져라 했죠."
영화 보스 박지환 인터뷰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보스' 박지환 인터뷰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그는 정경호와의 '탱고 액션' 장면을 이번 작품의 백미로 꼽았다. 

"준비 기간도 있었지만, 둘이 싸우는 액션을 만드는 과정이 진짜 재밌었어요. 역할로서 쌓아온 감정이 있잖아요. 거기서 조금씩 변형을 주면서, '여기선 돌릴까? 그냥 갈까?' 같은 디테일을 실시간으로 맞췄죠. 마치 편곡하듯이요. '읏쇼!' 같은 리듬도 즉흥적으로 넣고. 결과적으로 제일 힘들었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에요."

그는 영화 '보스'를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했다. 뚜껑을 열었을 때 과자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듯, '보스' 역시 관객들을 웃게하고 행복하게 만들거라는 자신감이었다.

"불량식품일지라도 먹으면 너무 행복하잖아요. 그게 '보스'예요. 꿈만 같은 행복이랄까. 그런 영화입니다."

마지막 박지환은 "연기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여전히 행복하다"며 주어진 일에 집중하며 연기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지금도 행복해요. 물론 불안도 있지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오지도 않은 미래를 가지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잖아요. 가봐야 아는 거니까. 그저 그런 배우가 될지언정, 대단한 배우가 뭘까 생각해요. 나이 먹은 대로, 내가 행복한 걸 하면서 사는 게 좋은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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