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이 올 상반기 매출에서 신사업 비중을 29%로 확대하고 자사주를 계속 소각하면서 연초 최윤범 회장이 주주 서한을 통해 약속한 기업·주주가치 제고라는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 최 회장 구상인 '트로이카 드라이브'가 성과를 내는 모양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고려아연 매출에서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등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7.2%에서 올해 29%로 11.8%포인트 증가했다. 2022년 신사업 비중이 7%였던 것과 비교해 3년 만에 네 배가량 늘었다.
최 회장은 취임 후 트로이카 드라이브 구상을 발표하고 2033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3개 신사업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고려아연의 신사업은 △페달포인트 △스틸사이클 △켐코 △한국전구체 △아크에너지 등 국내외 알짜 계열사를 통해 추진한다.
가장 성과를 낸 사업은 페달포인트를 통해 진행하는 미국 고부가가치 금속회수(자원순환) 사업이다. 페달포인트는 올 상반기 매출 10억6471만 달러(약 1조5000억원)를 내며 전년보다 2.5배가량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00만 달러로 흑자 전환했다. 아연 원료인 조산화아연을 만드는 스틸싸이클의 상반기 매출도 1186억원으로 세 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그렸다.
이차전지용 양극재 소재인 황산니켈을 만드는 켐코는 올 상반기 매출 19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4% 성장했다. 마찬가지로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한국전구체도 매출 1259억원을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는 호주 자회사인 아크에너지를 통해 진행한다. 호주 최대 풍력발전소인 매킨타이어 지분 30%를 쥐고 있는데 해당 발전소 가동률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만큼 100% 가동되는 올 4분기 이후 회사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신사업 성과에 힘입어 고려아연은 올 상반기 연결매출 7조6582억원, 영업이익 5300억원을 기록하며 102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는 게르마늄이 14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희귀광물 분야에서도 성과 증대가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2023년 ㎏당 1000달러였던 게르마늄은 최근 ㎏당 5000달러까지 급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미 양국 간 희귀광물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1400억원을 투자해 온산제련소 내에 게르마늄 공장 신설을 추진한다. 2027년 시운전을 거쳐 2028년 상반기 가동이 목표다.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며 고려아연은 국내 유일한 게르마늄 제조 기업이 된다.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등 생산·수출량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도 계속 소각하고 있다. 지난 6월에 이어 9월 초에도 각각 자사주 68만10주를 소각했다. 오는 12월 68만10주를 추가 소각해 지난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주식 204만30주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전체 발행주식 중 9.85%가 감소하면서 주가 상승 모멘텀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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