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신용등급 줄하향 공포감 확산...전기료 감면, 지원 펀드조성 시급

  • 신평사 하반기 평가서 하락 위기

  • 회사채 금리 상승, 조기 상환 압박

  • 석화 특별법 실질적 지원 적어 아쉬움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주요 신용평가사의 하반기 정기평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석유화학 업체들이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단순히 회사채 금리가 높아지는 것을 넘어 회사채 수요가 없거나 조기상환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장 가동률을 낮추면서 시장 상황이 호전되길 기다리는 석화 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내몰릴 공산이 크다. 정부·국회 차원에서 '석유화학 지원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와 이에 따른 후속 대책이 시급하다.

21일 석화 업계에 따르면 현재 총 8개 석화 기업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았다. 부정적 등급은 당장 신용등급을 떨어뜨리지는 않지만 재무 건전성을 지속 평가해 1~2년 내로 하향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중동발 석화제품 공급과잉과 고환율 등으로 인해 NCC(나프타분해설비)를 포함해 공장 가동률을 낮춘 국내 석화 기업들이 단기간에 실적 개선을 이룰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LG화학의 신용등급을 'Baa1(부정적)'에서 'Baa2(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이는 타 신용평가사의 'BBB'에 해당하는 수치로 투자적격 등급의 마지노선이다.

석화 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LG화학은 지속적인 사업 다각화와 약 79% 내외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 가치 바탕으로 그동안 국내 석화 기업 중 가장 안정적으로 신용등급을 관리해 온 기업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국내 신용평가사는 올 상반기 LG화학을 'AA+(부정적)'로 평가했는데, 이는 국내 석화 기업 중 가장 우수한 수치다. 이러한 LG화학마저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현재 HD현대케미칼은 3곳, LG화학과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솔루션, SK지오센트릭, 여천NCC는 2곳의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부정적 등급을 받았다. SK어드밴스드와 효성화학은 1곳의 국내 신용평가사가 부정적 등급 전망을 했다.

현재 신용평가 하락에 가장 취약한 기업으로는 지난 8월 한 차례 부도설이 불거진 여천NCC가 꼽힌다. 현재 여천NCC의 신용등급은 'A-'인데, 만약 이번 정기평정을 통해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비우량 등급인 'BBB+'가 된다. 과거 발행한 회사채에 BBB+ 등급 이하로 떨어지면 조기상환 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는데, 현재 회사가 쥐고 있는 현금은 올 3분기 기준 857억원로 회사채 상환은커녕 회사 운영 만으로도 벅차다.

여천NCC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해 모회사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지난 8월 대여해준 3000억원을 출자전환하기로 했지만, 석화 시장 침체로 인해 한화솔루션·DL케미칼의 재무 상황에도 여력이 없어 한화그룹과 DL그룹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당장 3000억원은 막았지만 내년 3월 만기가 도래하는 2100억원 규모 회사채도 추가로 상환해야 하는 만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정 석화 기업이 도산할 경우 같은 산업계의 다른 기업으로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회사채 수요 악화로 자금조달이 경색되어 공장 운영이 멈추거나 연쇄 도산마저 우려된다.

국가 기간 산업인 석화 산업의 공멸을 막으려면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큰 이유다. 이에 국회는 위기의 석화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27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석화지원 특별법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다만 이번 특별법에는 업체간 NCC 자율 통폐합을 유도하는 내용만 담기고 산업계에서 요구한 전기료 감면, 투자 세액공제 등의 내용이 빠져 있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별법 초안에는 전기료 감면 등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다른 산업과 형평성 문제 및 통상문제 확대 등의 우려가 있어 최종안에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용 전기료가 2021년 kWh(킬로와트시)당 106원에서 2024년 183원으로 4년 새 73% 급등한 것이 석화 업계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특별법에 기대를 건 기업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적인 재정·금융지원이나 규제특례를 설정할 수 있다고 애매모호한 문구로만 구성되어 있다. 자금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시행령 제정과 지원펀드 조성 등 산업통상부·산업은행 차원에서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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