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개의 노래, 수십 개의 작품이 탄생한다. 음악·드라마·영화 등이 수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지만 대중에게 전해지는 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래를 부르고, 연기한 아티스트도 마찬가지. 뛰어난 역량에도 평가 절하되거나, 대중에게 소개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아티스트 돋보기>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그들의 성장을 들여다보는 코너다. 아티스트에게 애정을 가득 담아낸 찬가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솔로곡 '고나 러브 미, 라잇?'을 발표한 가수 다영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처음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단단했다.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다영은 조급해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 대신 묵묵히 자신을 갈고닦으며 시간을 채워왔다. 데뷔 10년 차. 그는 더 이상 팀이라는 이름 뒤에 머무르지 않고 '다영'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목소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된 첫 솔로곡 '고나 러브 미, 라잇?(gonna love me, right?)'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자신과의 긴 대화를 통해 정제해낸 감정의 집합이자 스스로에게 건넨 확신이다. 오랜 시간 공들여 푼 문제에 대한 다영의 해답이 이 안에 담겨 있다.
다영은 10인조 걸그룹 우주소녀(WJSN)의 멤버로 2016년 2월 데뷔했다. 팀 내 리드보컬로서 그는 늘 '안정적인 보컬'의 상징이었다. 언제나 중심을 지켜내며 어떤 곡이든 흔들림 없이 소화했고 감정과 기술, 분위기와 전달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줄 아는 올라운더로 불렸다.
그는 밝은 에너지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주목받아왔다. 우주소녀 쪼꼬미 활동을 통해 보여준 유쾌한 이미지와 발랄한 매력은 무대 밖에서도 그의 이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번 솔로는 '밝고 명랑한 캐릭터'가 아닌, '아티스트 다영'이라는 서사를 꺼내 보이는 첫 작업이다. 첫 솔로 싱글 '고나 러브 미, 라잇?'은 다영이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의 중심에 선 앨범이다. 음악은 물론이고 콘셉트, 비주얼, 뮤직비디오까지 그가 직접 그려낸 감정과 태도가 앨범 전반에 촘촘히 배어 있다.
'고나 러브 미, 라잇?' 발매한 가수 다영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타이틀곡 '바디(body)'는 펀치감 있는 비트와 중독성 강한 훅이 인상적인 팝 댄스 트랙으로, 사랑에 빠진 직감과 끌림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다영은 이 곡을 통해 '감정은 말보다 먼저 닿는다'는 태도를 무대 위에 구현해냈다. 섹시하지만 과하지 않고 당당하지만 위트가 있다. 더는 캐릭터를 입지 않고 연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그는 '다영'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무대 위에 세운다.
수록곡의 구성 역시 탄탄하다. '넘버 원 록스타(number one rockstar)'는 다영이 꿈꾸는 무대와 포부를 가장 경쾌하게 풀어낸 곡이다. 락킹한 사운드 위에 "나도 알고 있어, 난 록스타가 될 거야"라는 다영식 언어가 얹혀지며, 자신감 넘치는 선언처럼 들린다. 예능이나 유닛 활동에서 보여준 발랄함과는 또 다른 결의 직진형 에너지. 이 곡은 그가 어떤 위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준다. 반면 '메리 미(marry me)'는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유쾌하게 뒤집는다. "나 같아도 나랑 결혼하겠다"는 가사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자기애를 유머로 포장할 줄 아는 사람의 여유에서 비롯된다. 자신에 대한 확신, 감정에 대한 거리두기, 그리고 무대를 대하는 여유 있는 시선. 그 모든 것들이 다영이라는 사람의 면면으로 묶인다.
'고나 러브 미, 라잇?' 발매한 가수 다영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이번 앨범은 단순한 '솔로 데뷔'가 아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그룹 씨스타, 몬스타엑스를 통해 구축해온 건강하고 강단 있는 섹시함의 계보 위 다영은 자신만의 언어를 덧입혔다. 경쾌하고 솔직하며 동시에 정제된 감정선이 살아 있는 퍼포먼스. 오랜 시간 쌓아온 표현력과 무대 감각은 단순히 아이돌로서의 능력을 넘어 아티스트로서의 태도로 이어졌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그 어떤 기교보다 '간절함'이 먼저 전해진다는 것이다. 무대를 향한 그리움과 의지가 몸짓과 눈빛에 스며 있고 그 간절함은 결국 관객의 감정까지 울린다.
무대 위 다영이 감동적인 건 그래서다. 춤을 잘 추고 노래를 잘하는 건, 아이돌이라면 기본이다. 그러나 감정을 무대 위에 올릴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영은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감정으로 표현했고, 그 감정은 기술보다 먼저 관객에게 닿았다. 간절함이 위로가 되고, 솔직함이 메시지가 될 때, 무대는 누군가의 꿈이 아니라 누군가의 서사가 된다. 그 서사는 데뷔 10년 차에야 비로소 자기 자신을 꺼낸 한 사람의 용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지난 23일 SBS M·SBS FiL '더쇼'에서 다영은 '바디'로 첫 솔로 1위의 기쁨을 안았다. 예상치 못한 수상 소식에 그는 무대 위에서 끝내 눈물을 쏟았다. "정말 많이 사랑받고 싶었는데, 이렇게 사랑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말은 무대에 오르기까지 다영이 얼마나 자신을 단단히 다져왔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무대 위에서 그는 흔들림 없이 춤추고 노래했지만, 무대 아래에서 쌓아온 간절함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 트로피는 데뷔 10년 만에 처음 꺼낸 이름으로 받은 첫 번째 선물이자, 다영이라는 이름의 진정성과 열망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증거였다.
'고나 러브 미, 라잇?' 발매한 가수 다영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다영의 '고나 러브 미, 라잇?'은 오랜 고민과 자신에 대한 탐색 끝에 도달한 다영만의 해답이다. 치열하게 자신을 들여다본 이만이 담아낼 수 있는 결이 앨범 전체에 촘촘히 스며 있고, 그가 직접 쌓아 올린 서사는 앞으로 '아티스트 다영'이라는 이름을 단단히 지탱할 첫 토대가 된다. 누구보다 솔직하고 단단한 첫걸음을 내디딘 다영을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