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美의 US스틸 '황금주' 행사 의미는?...외국인 투자 규제 새 국면

  • 정부 승인 없이는 본사 이전·일자리 해외 이전 불가

일리노이주 그래니트시티 제철소 사진AP·연합뉴스
일리노이주 그래니트시티 제철소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과정에서 확보한 '황금주' 권한을 본격적으로 행사하기 시작하며 향후 미국의 대미 투자 관리 정책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황금주는 일반 지분이 아닌 특수 권한을 가진 주식으로, 정부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특별 권한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황금주는 방위, 항공우주, 에너지, 통신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황금주는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영국에서 국영 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영국 정부는 롤스로이스, BAE 시스템즈, 로열 메일 등의 황금주를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과 중국도 자국의 주요 기업에 유사한 장치를 두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중국이 황금주를 보유한 대표 기업들이다.

사라 바우얼리 댄즈먼 인디애나대 교수는 "황금주는 일반적으로 정부를 위해 마련된 상장 기업의 특수한 소유권 지분"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국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방식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캐나다 금융 매체 파이낸셜 포스트는 이번 사례가 '국가 안보와 핵심 산업 보호'라는 명분 아래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시장 접근 방식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독립 이사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회사 명칭 변경, 본사 해외 이전, 생산 또는 일자리 해외 이전, 미국 내 경쟁사 인수 그리고 공장 폐쇄 등의 주요 결정은 반드시 지정된 임명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일본제철은 US스틸 본사를 피츠버그에 유지하고 2028년까지 약 110억 달러(약 15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사회와 경영진 다수도 미국인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황금주는 일정 규모의 지분 보유를 동반하지만,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미국 정부가 자금 투입 없이 황금주만 보유하고 있는 형태다. 또한 철강 산업은 현재 산업 체계에서 국가안보에 핵심적인 인프라 산업도 아니라는 측면에서 이번 황금주는 다른 황금주와 다소 차이점이 있다는 평가이다.

댄즈먼 교수는 "이번 황금주는 대통령이나 특정 부처가 아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게 직접적인 권한을 집중시키는 셈"이라며 "전통적인 국가 안보 논리를 넘어서 정치·경제적 의도가 결합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치는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제한을 부과해야 하는 경우에 맞지 않는 기업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CFIUS는 외국인의 대미 투자를 국가 안보 관점에서 심사하는 위원회로 국방부, 국무부, 상무부 등 여러 부서 대표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CFIUS 심사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대미 투자 기업들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평가이다. 따라서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US스틸 황금주 행사와 같은 경우가 반복된다면 앞으로 해외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 안보 참모를 역임했던 에런 바트닉 컬럼비아대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황금주 행사 방식이 향후 미국 자본시장과 외국인 투자 대응에 있어 "큰 변동"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투자에 있어 마찰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었다"며 "하지만 마찰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되면 외국인 투자는 줄어들고 조건은 덜 유리해지며 규제 조항은 더 강화되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미국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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