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답을 암기하는 인재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아웃씽커(outthinker) 인재를 길러내겠습니다."
지난해 9월 취임해 1년여 동안 숙명여대를 이끈 문시연 총장은 내년 창학 120주년을 앞두고 슬로건 '아웃씽커스(Outthinkers) 숙명' 아래 21세기 글로벌 여성 대학으로 나아갈 새 비전을 제시했다. ‘아웃씽커’란 기존에 정형화한 사고의 틀을 넘어 새로운 관점과 창의적인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재를 의미한다.
문 총장은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AI 시대는 급속히 바뀌고 낯선 환경에 노출이 되기 때문에 기존의 생각을 갖고 일을 풀어나갈 수가 없다. 우리가 기존의 틀을 벗어나서 창의적인 생각을 해야 문제 해결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내용뿐 아니라 형식과 구조까지 혁신하고 있다. 마이크로 디그리 제도, 무전공 첨단공학부 신설 등이 대표적이다"며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여성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인문·사회·예체능에 몰려 있기에 이공계를 공부하는 여학생이 늘고 전문직으로 갈 수 있는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성 시각에서 기술 개발이 됐기 때문에 여성들이 과학을 하게 되면 기술 개발에 여성적 시각이 녹아들고 또 다른 영역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숙명여대는 과거에 여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 없다는 편견을 이겨낸 대학으로서, 이제는 여성 가치가 중심이 되는 시대를 맞아 글로벌 여성 리더를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며 "모든 구성원이 '아웃씽커'로 성장해 사회 각 분야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 총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취임 1주년 소감과 주요 성과는.
"내년 창학 120주년을 앞두고 ‘그다음 120년’을 준비하는 전환점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과감한 제도 개선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사업들이 실행 가능해졌고, 외국인 유학생 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교류 범위도 아시아를 넘어 유럽·중동·아프리카까지 확대됐다. 정부·외부 기관과도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숙명이 지역과 국가 발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창학 120주년 앞두고 추진하는 핵심 사업은.
"‘숙명의 자부심, 새로운 120년(Proud Sookmyung, Beyond 120)’이라는 비전 아래 도서관·과학관 재건축, AI 시대에 맞춘 첨단 공간 조성, '선배 강의실 캠페인' 등 변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축해야 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펀드레이징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120주년은 과거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 다음 120년을 향한 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다."
-숙명여대가 맞은 위기와 대안은 뭔가.
"여대의 위기라기보다는 대한민국 대학들의 위기다. 특히 사립대학들은 정부 지원이나 프로젝트를 통해서 사업을 수주하기도 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해외 명문대학과 비교해 보면 등록금이나 지원이 굉장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평가가 높지 않은 이유도 재정적인 이유가 크다. 청년들의 취업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여성 취업률이 많이 줄었다. 여대는 더욱 어려움이 있지만 블루오션을 찾아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숙명여대는) 글로벌 협력을 통해 개도국에 여성 교육을 이식하는 등 우리 자리를 찾아나가고 있다."
-AI시대 숙명여대 교육 방향은.
"이제 인간의 가치를 확장하는 쪽이 각광을 받는다. 대학은 새로운 길을 열어 예측하고, 새로운 환경에 나아갔을 때 적응할 수 있는 능력들 가르쳐야 한다. AI는 모든 학문과 산업 분야의 핵심 동력이다. 숙명여대는 AI를 기술뿐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등 전 분야와 융합해 가르치고 있다. AI 센터를 신설해 연구 인프라를 확충했고, 모든 학과 학생이 소프트웨어 관련 교과목을 필수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기술을 이해하고, 그 가치를 확장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이 목표이다. 확장할 수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는 역량을 대학이 가르쳐줘야 한다. 미래 사회 어떤 환경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적응하면서 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다."
-재정 압박 속에서 대응책은 뭔가.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숙명여대는 장기 수익원 확보와 모금 캠페인 활성화로 재정 구조를 혁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용인연수원 부지를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했고, 국제학교 등 장기 안정 사업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편입생을 더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버 중심의 커리큘럼도 활성화되어 있고 특수대학원도 전공개편을 통해 충원율을 많이 늘려가고 있다. 'Proud Sookmyung 120' 캠페인을 통해 동문·외부 기관의 참여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의 또 다른 120주년을 맞이하기 위한 토대로서 펀드레이징 운동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상은.
"공감과 돌봄 능력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도 소통을 많이 하지만 SNS를 통한 간접소통으로 진정한 소통이 부족하다. 남의 불행에는 공감을 하는데 행복에는 공감을 못한다. 홍수에 먹을 물 없다는 말처럼 넘쳐나면 넘쳐날수록 선별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 AI의 한계로 보는 게 인간다움이다. 결국 공감과 돌봄 능력이 아닐까."
-남은 임기 동안 비전과 계획은.
"다음 120년, 숙명은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취임 당시 중요시했던 계획들을 계속 진행할 것이다. 특히 재정 확보, 학교 평가 등급 상향과 글로벌 학생 유치에 힘쓰겠다. 사람 중심의 리더십과 투명한 소통을 바탕으로 숙명이 글로벌 여성 교육의 롤모델로 우뚝 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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