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공정한 보상과 약자와의 동행이 번영의 원동력…포퓰리즘은 미래 갉아먹는다"

  • 오 시장-로빈슨 시카고대 교수 특별 대담

오세훈 서울시장과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로빈슨 교수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길 이라는 주제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오세훈 서울시장과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로빈슨 교수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길' 이라는 주제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오세훈 서울시장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A.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는 21일 서울시청에서 특별 대담을 열고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대담은 고도 성장을 일궈낸 대한민국이 향후 지속 가능한 번영을 이루기 위해 우선순위로 삼아야 할 가치와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 경제 성장의 비결을 '포용적 제도와 창의성'에서 찾으며 공정한 규칙과 제도가 시민들의 도전과 혁신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오세훈 시장은 공정한 보상과 계층 이동을 보장하는 사회 구조를 강조하며 불평등 문제를 발전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정책적 접근과 서울 시정의 핵심 가치인 ‘약자와의 동행’을 소개했다. 아울러 두 사람은 포퓰리즘의 위험성과 인구 감소, AI 확산 등 미래 과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로빈슨 교수 “한국의 성장, 포용적 제도와 창의성 덕분”

로빈슨 교수는 “한국은 지난 70년간 전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기적을 이뤘다”며 “이는 단순한 경제 성과가 아니라 제도의 성취”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와 특허 등록, 그리고 과학·기술 분야 성과를 언급하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인의 기업가 정신과 도전적 태도, 문화적 성취도 주목했다. 그는 “정주영 회장과 같은 기업가 정신과 수많은 시민의 도전이 한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다”며 “K-팝, K-뷰티 등은 경제적 성과를 넘어 한국인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에너지가 가능했던 이유는 공정한 규칙과 포용적 제도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요인도 한국 성장의 핵심으로 꼽았다. 로빈슨 교수는 “1970년부터 한국은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민주주의 전환 이후 더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했다”며 “포용적인 정치제도가 창의성과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포용적 제도를 지키고 지속적으로 진화시키는 것”이라며 “포용성이야말로 한국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고 앞으로도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번영의 원동력, 공정한 보상과 약자와의 동행”

오 시장은 대한민국 번영의 원동력으로 ‘인센티브 시스템의 작동’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모험을 감행했을 때 그 성과가 반드시 보상받는 사회였기에 대한민국은 단기간에 기적 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며 “국가 제도만 잘 설계되고 관리되면 그 나라는 반드시 번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단순한 믿음이 국민들이 밤잠을 줄이며 공부하고 일하게 한 대한민국의 원동력이 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과제로 불평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성공한 사람과 뒤처진 사람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경쟁 과정에서 생기는 격차를 어떻게 다시 발전의 에너지로 전환할지 정치와 행정의 과제”라고 짚었다. 이어 “발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사회적 불평등을 도약의 에너지로 만들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특히 오 시장은 ‘패자 부활전이 없는 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한번 실패했다고 해서 그 자식, 손자 세대까지 불평등이 대물림된다면 발전의 동력은 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이 필요한 본질적인 효용은 이런 발전의 원동력을 만들어내는 계층이동 사다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계층이동 사다리가 완전히 망가진 사회에서는 건전한 경쟁, 노력, 새로운 모험 등이 이뤄질 수 없고 시도하려는 마음조차 사라지게 된다”고 힘줘 말했다.

 

“노란봉투법, 미래 갉아먹는 포퓰리즘”

두 사람은 민주주의와 포퓰리즘 문제도 논의했다. 오 시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은 표로 평가받기에 일정 부분 포퓰리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그러나 자유시장경제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훼손하는 수준의 포퓰리즘은 결코 용납돼선 안 된다”고 짚었다.

그는 ‘노란봉투법’을 사례로 들며 “노조 기득권을 강화해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좁히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사실상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아울러 “선거 과정의 포퓰리즘은 어느 정도 필요악일 수 있지만 집권 이후 미래세대의 기회를 위협하는 정책은 사회적 저항으로 막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빈슨 교수는 “포퓰리즘은 반제도적”이라며 “민주주의 제도가 실질적으로 혜택을 제공하고 국민들이 이를 체감할 때만 포퓰리즘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오 시장은 국가 성장에 필요한 복지는 선별적 복지, 즉 ’효율적 복지’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소득과 계층에 상관없이 똑같이 나누는 것은 무차별적 복지일 뿐”이라며 보편적 복지를 ‘무차별 복지’로 정의했다. 이어 “선택적 복지는 어려운 사람에게 집중 지원하는 효율적 복지로,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가성비 높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디딤돌소득’ 소득보장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와 관련해 “뒤처진 시민에게 기회를 줘 동일한 출발선에 세우겠다는 철학이 담겨있다”며 “약자와 동행하는 사회, 뒤처진 사람을 보듬는 사회가 바로 서울시가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했다.

이밖에 대담에서는 인구 감소와 AI 확산 등 미래 과제도 논의됐다. 로빈슨 교수는 “급격한 인구 감소나 기술 변화는 제도 개혁과 정책 설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지만 핵심은 기술 소유와 부의 분배 구조를 공동번영 관점에서 설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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