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조 전 고용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 "생명은 선택이 아니다"

  • 2025년 노동의 여름, 폭염 속 산업 현장 안전 실태 진단

서상조 전 고용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 사진이동원 기자
서상조 전 고용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 [사진=이동원 기자]
 
"물, 그늘, 휴식" 넘어선 주체적 안전의식과 사회적 책무 강조

2025년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의 해'로 기억될 것으로 전망됐다. 연일 이어진 폭염 특보와 열대야, 체감온도 40도를 넘나드는 날씨,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국지성 폭우까지 겹치며 우리 사회는 기후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에 직면했다. 특히 에어컨이나 시원한 물 한 잔 없이 건설 현장, 물류 배송지, 도로변 등 실외에서 땀 흘린 노동자들에게는 이번 여름이 '생존의 계절'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의 땀방울은 단순한 더위를 넘어 위험천만한 노동 환경에 대한 깊은 우려를 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폭염, 생명 위협하는 요인... 반복된 산업재해
 
폭염은 단순히 불쾌감을 넘어 열사병, 탈수, 의식 저하, 심지어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여름철 폭염 관련 산업재해는 312건에 달했으며, 이 중 사망자는 18명으로 집계됐다. 2025년 공식 통계는 아직 집계 중이지만, 현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그 수치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예측이 나왔다.
 
문제는 이러한 재해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폭염 대응 수칙을 마련하고, 강도 높은 제도 개선과 현장 단속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중대재해는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안전 불감증 넘어선 "생명 최우선 인식" 부재가 근본 원인
 
서상조 전 고용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은 "법률과 제도의 부족함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 스스로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인식이 현장 곳곳에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 수칙을 무시하거나 무심코 넘기는 안전 불감증은 단 한 번의 방심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노동의 여름, 모두의 책무
 
서 전 보좌관은 정부와 기업의 노력만큼 중요한 것은 노동자 자신들이 안전에 대해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필요하다면 '물·그늘·휴식'이라는 기본 수칙을 넘어 더 나은 작업 환경을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하며, 기업은 이를 책임감 있게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 역시 '노동자의 안전 없는 성과는 지속될 수 없다'는 명제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기업의 이윤 창출은 '안전이라는 확고한 기반' 위에서만 지속 가능하다고 봤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노동 당국의 각별한 노력은 물론, 기업의 자율적 실천과 현장의 책임 있는 운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개별 근로자의 안전의식과 이를 철저히 보장하려는 기업의 실천이 함께 뒷받침될 때 비로소 제도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그 어떤 법익보다 중요한 가치이며, 노동이 지속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서 전 보좌관은 말했다.
 
"누군가에게 여름이 피서를 고민하는 계절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 여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생존의 계절"이라는 서 전 보좌관의 말처럼, 이제는 이 구조적 모순을 외면하지 않아야 할 때다.
 
이번 여름, 우리는 산업 현장의 안전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노동 환경 전반에 내재된 구조적 과제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정부, 기업, 그리고 노동자 모두가 한 방향으로 협력하고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때, 비로소 내년 여름에는 또 다른 이의 이름이 차가운 통계 숫자로 남지 않을 것이라고 서 전 보좌관은 밝혔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생명의 존중은 더 이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 아닌, 민주주의 사회의 절대 불가결한 전제이자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 가치를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무거운 책무라고 그는 덧붙였다.
 
서상조 전 고용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은 강원도 동해시 출신으로, 창호초(12회), 묵호중(29회), 강릉고(22회)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마친 뒤 동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제17대부터 제19대 국회까지 선임정책보좌관으로 활동하며 국회 실무 역량을 쌓았으며, 2022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또,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동해시장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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