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나는 'VIP 격노설'…박진희 재소환, 윗선 개입 드러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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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에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수사는 점차 ‘격노’의 진위를 넘어, 이를 전달받고 실행에 옮긴 관계자들의 지시 구조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현 육군 소장)이 30일 다시 특검에 출석했다.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박 전 보좌관을 이틀 만에 재소환해 윗선 개입 정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박 전 보좌관은 채상병 사망 사건이 불거졌던 2023년 7∼8월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최측근 참모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에서 전달자 역할을 한 핵심 인물이다. 그는 특히 ‘VIP 격노’ 다음 날인 8월 1일,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의뢰하고, 지휘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달라”며 혐의자 축소를 지시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특검은 박 전 보좌관이 그달 중순에도 국방부 조사본부에 ‘장관 지시’라며 혐의자를 줄이라고 압박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특검은 당시 조사본부장이던 김진락 전 단장의 20여 쪽 분량 수첩도 확보했는데, 여기에는 “박 보좌관이 ‘임성근 전 1사단장의 혐의가 너무 많다,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 “‘경찰이 더 적게 입건하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

박 전 보좌관은 이같은 진술을 부인하며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은 그가 대통령실 또는 국방부 장관 지시를 받고 해병대 수사단과 조사본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격노설’은 본래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해당 보고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부인해 왔지만, 최근 회의 참석자였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과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등이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화를 냈다”고 진술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들은 모두 당초 국회와 언론 등을 통해 ‘격노는 없었다’고 일관해온 인물들이다.

특검은 이들의 진술 번복을 계기로 격노설의 실체가 처음으로 공식화됐다고 판단하고, 당시 회의의 구체적 진행 경과와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용과 반응, 지시를 박진희 전 보좌관 등 핵심 인물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보좌관은 28일 첫 출석 당시 채상병 사건 초동기록이 국방부 검찰단으로 회수되는 과정에서 이종섭 전 장관의 개입 여부 등 특검의 핵심 쟁점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날 조사는 그 이후 재조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보고서가 왜 수차례 수정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도 지난 29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해 17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그는 회의 당시 국가안보실장으로 격노설 핵심 증언자인 동시에, 그간 이를 부인해온 당사자다. 그는 취재진 질문에 “아는 대로 다 진술했다”면서도, 격노 여부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특검은 31일, 해병대 초동기록 회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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