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정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19개 부처 장관 인선을 마무리했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여전히 수장이 공석이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지난 6월 5일 퇴임한 직후 곧바로 인사가 날 것이라는 관측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그 사이 금감원 내부는 일종의 '대기 모드'에 접어들었다. 한 직원은 "원장 업무 보고서는 미리 정리해뒀지만, 선임이 계속 미뤄지면서 보고서 분량만 자꾸 늘어난다"며 "모든 부서에서 1장씩 보고서가 길어지다 보니 다시 줄여달라는 요청도 들어와, 이제는 재수정 중"이라고 말했다.
고위 간부들 역시 업무 지시를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려면 관련 자료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업체에 자료를 요청하면 그 자체가 금융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움직이기엔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부 직원들은 이참에 '원장 맞춤 준비'에 나서기도 한다. 유력 후보에 대한 비공식 사전 학습 움직임도 감지된다. "홍성국 전 민주당 의원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돌자, 일부 직원들은 그의 저서 '수축사회'를 여름휴가 중에 읽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 직원은 "보고서에 한 줄이라도 인용해두면 원장님 눈에 더 잘 띄지 않겠냐"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번 인선 지연은 단순한 인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당국 조직개편 논의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이라는 독립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최근 고위 간부들은 국회를 찾아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은 금감원 내에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노동조합도 "감독 체계가 분산되면 소비자 피해 구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조직개편안을 두고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퇴사까지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주요 금융 현안은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불공정거래 단속 등 정책 결정 과제가 '보류' 상태에 놓였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장 부재가 장기화될수록 현장 대응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인사가 늦어지면 금융시장 신뢰에도 좋지 않은 신호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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