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사주 1700억 사들인 증권사, 자사주 소각 기대감 이어갈까

  • NH·키움·DB 등 밸류업 정책 따라 적극 대응… 소각 중심 주주환원 '속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정치권에서 본격화되면서 증권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NH투자증권, 키움증권, DB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1700억원대 자사주를 사들인 가운데 소각까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모인다.
 
10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의 자사주 취득액은 총 168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같은 기간(699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났으며 작년(3430억원)과 비교했을 때 절반 정도 수준이다. 밸류업 정책 시행 이후 주주환원 수단으로 자사주 매입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48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앞서 작년에는 13년 만에 13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키움증권은 350억40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으며, 올해 209만주를 순차적으로 소각하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이미 발행주식의 4.1%인 99만주를 소각한 상태다.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밸류업 공시를 완료한 DB금융투자는 28억1489만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가장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는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2022년부터 총 2956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오는 2030년까지 자사주 1억주를 소각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공개했다. 연간 1500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정기적으로 소각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 호재가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소각을 전제로 하지 않은 자사주 매입을 주주환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조가 확산되면서, 증권사들이 소각을 명시한 자사주 매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전체 상장사 기준 자사주 소각 누적 규모는 15조5000억원으로, 2024년 연간 규모(13조9000억원)를 이미 초과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증권사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 기조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밸류업 공시를 완료하지 않은 삼성증권 등 후발 증권사들의 대응 여부도 향후 주목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2016년 이후 자사주를 전혀 매입하지 않은 유일한 대형 증권사다. 그간 높은 자사주 보유율에도 소각에는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인 증권사에서도 변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영증권은 상장사 중 자사주 보유율(53.1%)이 가장 높지만 2022년 이후 추가 매입이나 소각 계획이 없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 정책 시행 이후 자사주 소각이 본격화되며, 증권사들의 주주환원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장기적 소각 계획을 내놓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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