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지의 서울' 임철수 "전 계속 실패할거고, 앞으로 준비하겠죠"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출연 배우 임철수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출연 배우 임철수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배우 임철수는 시나브로 작품 속으로 스며든다. 한 장면, 한 시퀀스를 단단히 붙잡아 제 몫을 해낸다. 이야기에 결을 더하고 현실에 숨을 불어넣는다. 그의 연기는 허투루 쌓이지 않았다. 차곡차곡 쌓인 내공과 깊은 뿌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온전히 작품에 녹아들어 자신의 방식대로 자리를 잡는다. 배우 임철수. 그를 모를 수는 있어도 잊을 수 없는 이유다.

"'미지의 서울'은 제게 많은 위로를 준 작품이에요. 제가 참여해서가 아니라 시청자로서도도 만족스러워요. 그게 참 기분이 좋습니다. 자랑스러운 작품이니까요." 

'미지의 서울'은 얼굴만 닮았을 뿐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인생을 맞바꾸며 진짜 사랑과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다. 

"(출연 전) 대본을 4부까지 받아 볼 수 있는데, 그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하거든요. '이충구'는 분량이 적고, 인물 소개도 길지 않은 인물이었는데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캐릭터에 대한 욕심보다도 이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역할 분량과 관계 없이 출연하고 싶어졌어요. 대본도 정말 좋고 감독님과 만난 뒤엔 그 마음이 굳어졌죠."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출연 배우 임철수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출연 배우 임철수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임철수는 '미지의 서울'을 보며 매 회 눈물을 쏟았다고 털어놨다. 
 
"'미지의 서울'은 정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어요. 극 중 세진과 할아버지의 에피소드는 실제 저와도 닮아있었고, 그 외에도 일상적인 모습들에서 이해가 가서 눈물이 왈칵 나더라고요. 특히 마지막 회에서 '미래'가 '수연'에게 딸기를 주러 가는 장면에서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일하러 가야 한다며 돌아서는 뒷모습이 진짜 울컥하던데요. 작가님의 필력과 PD님의 연출력이 만든 결과물 같아요. 단순한 삶 속 순간들을 캐치한다는 게 대단해요. 보는 내내 저는 눈이 퉁퉁 부어서. 하하."

그가 연기한 '이충구'는 업계 톱3 로펌의 대표 변호사로, 겉보기엔 늘 세련되고 여유롭지만 사실은 지독한 결과주의자이자 일 중독자다. 선천적 장애를 가진 그는 오히려 더 날카로운 승부사로 살아왔고, 자신을 가로막는 건 허락하지 않던 사람이다.

"'이충구'는 진중하고 차분한 성격이라는 거 말고는 저와 닮은 데가 없어요. 이해 가지 않는 모습들도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는 '미지의 충구'라고 그를 알아가는 과정과 시간도 재밌었어요. 이 인물이 악역인가, 선역인가에 관해서도 정해놓지 않고 '왜 이런 행동을 할까' 그걸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되며 참 쓸쓸한 사람이구나 싶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선천적인 아픔이 있으니까 성공에 목 맸을 거고요. 이성적이고, 결과주의적인 면이 강해지는 거예요. 뚫려 있는 부분이 호수 때문에 인정되었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은 완전한 '악'도, 완전한 '선'도 아닌 '이충구'에게 매료됐다. 그가 가진 감정들을 함께 나누었고, '이충구'의 행동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드라마가 오픈되고 놀란 점 중 하나는 '캐릭터가 입체적이다'라는 평가였어요. 연기 선생님과 제가 이 캐릭터를 준비할 때는 입체적인 면을 살려야겠다고 접근한 건 아니었거든요. 예전에는 연기할 때 캐릭터 전사를 세세하게 만들었었는데, 연기하다 보니 문제점들을 겪게 됐어요. 전사가 너무 견고하면 표현하기 어려운 점들이 생기더라고요. 연극하면서 깨닫게 된 점이었어요. 선배가 '러프하게 해보라'고 조언했고 그 조언을 따라 만들었는데 (무대에서) 연기적으로 할 수 있는 점들이 늘어나더라고요. 장단점은 있지만 요즘은 많은 걸 열어두고 (캐릭터를) 만들려고 하는 편입니다."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출연 배우 임철수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출연 배우 임철수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임철수는 캐릭터를 미리 단정 짓고, 틀 안에 가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큰 특징만 잡아두고, 현장에서 상대 배우와 부딪히며 디테일을 만들었다는 부연이었다.

"'이충구'는 시작 전 굵직한 특징들을 잡아두고 현장에서 디테일을 만들어갔어요.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가 즉흥적으로 바꾸기도 하면서요. 특히 (박)진영이의 도움이 컸습니다. 어떤 대사를 '설득'이라고 보고 던졌는데 상대의 태도가 그렇지 않으면 즉흥적으로 바꾸기도 하면서요. 그 '설득'이 '간청'이 되기도 하고. 삶도 그렇잖아요. 때에 따라 감정들을 고르고 만들기도 하면서요."

박진영, 김선영, 박보영과 함께하며 깨달은 것도 많았다. 상대를 돋보이게 하기보다 상대를 만들어주려는 이들과 부딪히며 캐릭터도 자연스럽게 살이 붙었다.

"(박)진영이, (김)선영 누나도 자기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려기보다 상대방을 만들어주려는 면이 있어요. 그 점이 인상 깊었고 오히려 상대를 만들어주면서 함께 빛나는 시너지를 발휘해요. 그래서 제가 이 역할을 위해 혼자, 따로 만든 건 거의 없었어요. 상대 배우들 덕에 캐릭터의 특징이 생기는 거죠.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하려고 했습니다."

상대역인 배우 박진영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동료 배우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가득한 말투였다.

"진영이는 연기에 진심인 친구에요. 이 작품 전부터 알고 있었던 친구인데 배려심이 정말 강해요. 그 성격이 연기에도 묻어나는 것 같아요. 자기만 돋보이려고 하지 않고 상대와 호응하려고 해요. 그 순환의 힘을 아는 것 같아요. 저도 그걸 믿고 있거든요. 오래 연기를 하며 깨달은 점인데 일찍부터 알고 있다니. 놀라운 친구에요. 기술자처럼 보이지 않고요, 진짜 배우입니다. 동생이라는 생각도 안 들어요. 엄청난 배우로 역사에 남을 거예요."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출연 배우 임철수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출연 배우 임철수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작품이 끝난 뒤에는 또다시 부족했던 점이 선명해진다. 그는 그 아쉬움을 다음 작품에서 보완하며 살아간다.

"저는 작품을 하며 부족한 점을 찾고 다음 작품에서는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요. 이번 작품도 보완해야 할 점들을 찾았어요. 저는 동사로 (연기에) 반영했다고 생각했는데 형용사적으로 연기할 때가 있었던 거 같아요. 상대에게 전달하는 게 중요한데 (연기를 보니) 혼자만 느끼고 상대에게 주지 못했다는 인상이 들더라고요. 기본적이지만 그런 거예요. 제가 계속 공부하고 싶은 부분이고요. 계속 아쉬움이 생겨요. 이렇게 계속 전 또 실패할 거고, 앞으로 준비하겠죠."

2004년 연극 '갈매기'를 시작으로 '39계단', '로미오&줄리엣', '유도소년', 뮤지컬 '사춘기', '영웅', '뿌리 깊은 나무', '왕세자 실종사건', '무한동력'까지. 임철수는 무대에서 단단히 뿌리내린 뒤 드라마와 영화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무대 위에서 이미 빛나던 배우였기에, 언젠가 매체에서도 스스로를 증명할 사람이라는 걸 의심한 적 없었다.

"연극으로 시작해 매체 연기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어요. 조단역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제가 언제 투입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죠. 저 때문에 공연 스케줄을 변경하는 거도 어려운 일이었고요. 이대로 어중간하게 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임철수는 그때를 돌아보며 담담히 웃었다.

"당시 (박)해수 형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1년치 생활비를 계산해놓고 '우리 매체 오디션만 보자'고 했어요. 하루 2~30km씩 걸어 다니면서 하루에 만 원만 쓰고요. 그렇게 매체에 입문하게 된 거죠. 연극과 매체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어요. 무대는 제 고향이고 매체는 저를 알리게 해주었으니까. 다만 제 성격상 병행이 어렵다는 점이에요. 매체에 집중하다 보니 공연 횟수가 줄었는데 무대에 대한 마음은 항상 간직하고 있습니다."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출연 배우 임철수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출연 배우 임철수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바쁜 촬영 틈틈이 그는 삶의 속도를 조절하기도 했다. 숨 고르듯 즐기는 취미가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됐다.

"쉬는 동안에는 친한 배우들과 프리 다이빙을 해요. 정말 좋아요. 또 지금은 다쳐서 자주 못하는데 권투도 하고 있어요. 그거도 해수 형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하하. 프리 다이빙은 제일 느리고, 권투는 제일 빠른 취미인데요. 느림과 빠름이 같이 오니까 도파민이 마구 터지더라고요."

이제 임철수는 또 다른 작품을 향해 걷는다. 머물렀던 이야기들을 무겁게 품기보다 담백히 놓아주고 나아가는 편이다.

"이제 당장 차기작 촬영이 있고요, 8월~9월에도 작품들이 있어서 올해는 바쁘게 보낼 것 같아요. '미지의 서울'을 빨리 떠나 보내고, 이제 앞으로 다가올 작품들에 집중하며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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