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발언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26일 최 씨가 안 전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 중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쟁점이 된 안 전 의원의 발언은 스위스 비밀계좌에 입금된 A회사의 자금과 최 씨와의 연관 주장, 최 씨가 미국 방산업체 회장을 만나 이익을 취했다는 주장 등이다. 대법원은 해당 발언들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안 전 의원이 제보의 실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 없이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했으며, 발언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사전 조사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해당 표현들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혹 제기의 수준을 넘어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했고, 제보의 신뢰성과 진위 확인을 위한 합리적 노력도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외 은닉 재산 규모나 독일 내 페이퍼컴퍼니 존재 여부를 언급한 발언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적 비판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악의적인 공격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해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최 씨는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화된 2016년부터 안 전 의원이 자신의 은닉 재산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법원은 안 전 의원 측이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무변론으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일부 발언에 대한 명예훼손 인정 가능성이 열리면서 사건은 다시 원심 법원으로 돌아가 손해배상 책임 범위 등을 놓고 다시 심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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