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이란이 12일간 이어진 무력 충돌을 멈추고 전면적 휴전에 합의하며 악화일로를 걷던 중동 정세는 일단 급한 불을 끄게 됐다. 하지만 양국 간 휴전 이행 여부와 그 지속 기간 등을 두고 여러 가지 의문점도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휴전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 미국의 공습에도 이상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 농축 우라늄 등이 향후 불씨로 남아 있다고 24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 개발에 우려를 표해온 만큼 향후 이란 핵 동향에 따라 다시 무력 충돌이 발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데니스 로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휴전이 유지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이란은 지금 당장은 휴전을 원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자국이 설정한 목표 대부분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란이 크게 약화된 것은 맞지만 앞으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어떻게 될 것인지, 고농축 우라늄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협상이 필요할 것이고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휴전 합의 이후에도 불안 요소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아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지 않는 한 적대 행위는 계속될 것”이라며 조건을 걸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스라엘은 이란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을 제거한다는 목표를 달성한 뒤 휴전에 동의했다"며 "휴전 협정을 위반하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휴전 협상에도 불구하고 이미 양측 모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해묵은 감정이 쉽게 사라지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양국 모두 휴전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상대방에 대해 공격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어느 한쪽의 군사행동이 즉각적인 충돌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란은 이날 카타르에 있는 미군 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미국에는 사전 통보했지만 휴전 발효 직전에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마지막 미사일 공격을 감행해 사상자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너선 파니코프 중동 담당 국장은 "미국은 이것이 끝의 시작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그다음에 대한 전략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12일 전쟁'을 거치면서 이스라엘의 암살 위협까지 받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이란 정치 구도에 변화가 일 가능성도 있다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많은 고위급 지휘관들과 과학자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죽음을 두려워 해 벙커에 숨어 측근을 통해 지령을 내리던 하메네이는 1989년부터 30여 년간 이어진 통치 기간 중 정치적으로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맞고 있다고 짚었다.
이 와중에 차기 이란 지도자로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파 하메네이와 함께 1979년 팔레비 왕조를 축출하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을 세운 '혁명의 아버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손자인 하산 호메이니가 부상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에 '12일 전쟁'을 통해 이란에 정치적 변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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