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올해만 자진상폐 공개매수 네 곳…투자자들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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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주 수요일(6월 18일) 피부미용 의료기기 업체 비올의 주가는 하루 동안 10.54% 급등했습니다. 장중 1만2400원까지 오르며 2020년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이래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비올의 주가 급등은 공시 하나가 촉발했습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디엠에스(DMS)로부터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자진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하겠다는 공시였죠.

올해만 네 개의 상장사가 자진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를 발표했습니다. 비올을 비롯해 한솔PNS, 텔코웨어, 신성통상이 주인공입니다. 한솔PNS는 주당 1900원에 공개매수를 발표한 3월 31일 29.94%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한 후 다음 날인 4월 1일에도 20.99%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텔코웨어 역시 지난달 19일 1만3000원에 공개매수를 발표하고 29.97%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이후에도 강세를 보이며 1만3~4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요. 신성통상은 주당 4100원에 공개매수를 발표한 이달 9일 29.97% 급등하며 역시 상한가를 기록했죠. 

이같은 주가급등은 상장폐지의 조건 때문에 발생합니다. 상장폐지를 원하는 상장사는 발행주식 총량의 95% 이상을 취득해야 해요. 그래야 나머지 5%에 공개매수가에 매도 청구권을 행사해 시장에 풀린 주식 전량을 확보하고 상장폐지를 마무리할 수 있지요. 

상장사가 공개매수가라는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사들일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주가는 이를 반영해 공개매수가에 근접하는 가격까지 빠르게 상승하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은 공개매수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따로 분석할 정도입니다. 

공개매수 청약 절차도 간편해졌습니다. 이전에는 공개매수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점에 방문해 청약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9월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점점더 많은 증권사들이 온라인 공개매수 청약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요.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상장사들도 온라인 청약 시스템이 있는 증권사들을 주간사로 선호하기 때문에 지금은 HTS(홈트레이딩시스템)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을 통해 손쉽게 공개매수 청약을 신청할 수 있어요.

반면 공개매수에서 자진 상폐에 필요한 지분율을 정작 확보하지 못하는 상장사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한솔PNS는 15.86%를 추가로 확보해 주식 전량을 보유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최대주주 한솔홀딩스가 지난 2일까지 공개매수를 통해 실제 추가로 확보한 지분율은 4.22%에 불과했습니다. 한솔홀딩스의 지분율은 88.36%로 상폐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텔코웨어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한 결과 최대주주 지분율이 30.64%에서 41.09%로 10.45%포인트 늘어나는 데에 그쳤습니다. 소액주주들이 단체로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일종의 '불매'에 나선 결과입니다. 

이는 기업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이 기존 주주들의 눈높이보다 낮았기 때문입니다. 텔코웨어의 경우 2019년부터 2020년까지 1만2000~1만4000원 사이에서 주가를 형성했습니다. 공개매수가 1만3000원은 최근 1년 동안 1만원 이하로 형성되어 있던 주가 대비 높은 가격이지만 기존 주주들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던 것이지요.

의류 브랜드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자진상폐 '재수생'입니다. 지난해 6월에도 상폐 목적의 공개매수를 진행한 바 있으나 소액주주의 반발로 실패한 바 있습니다. 소액주주들은 신성통상이 최근 몇 년 동안 실적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무배당 정책을 고수하는 등 주가 관리에 소홀했다고 지적했지요.

지난해 6월 21일부터 7월 22일까지 진행된 공개매수에도 신성통상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기존 77.98%에서 83.87%로 5.89%포인트 늘어나는 데에 그쳤습니다. 당초 매수 예정 비율이었던 22.02%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였습니다. 당시 공개매수가는 주당 2300원이었지요. 올해 공개매수가인 4100원의 절반 남짓한 가격입니다. 

올해 네번째 타자로 자진 상폐 목적 공개매수에 나선 비올은 무사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김지은 DB증권 연구원은 지난 19일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공개매수 가격은 1만2500원으로 최대주주인 DMS가 보유한 비올 지분의 인수가와 동일하게 책정돼 소액주주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동일하게 제공하는 구조"라며 "다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저평가 구간에서의 상장폐지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투자자들의 판단을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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