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건설업계가 하반기에도 자재비 증가와 미분양 확대, 수주 양극화 등에 직면하며 위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역 기반의 중소·지방 건설사의 경우 버틸 수 있는 여건으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외에는 뚜렷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에서 대형사 위주의 수주 경쟁이 심화하면서 체력과 브랜드 파워가 있는 건설사 기준으로 하반기에 수익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규모는 총 21조3438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주액의 76%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수주 규모 확대는 대형사 중심으로 이뤄졌다.
상반기 수주 상위권을 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5조21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포스코이앤씨 3조4328억원, 현대건설 2조9420억원으로 3개 회사의 수주액이 전체의 53.4%로 절반을 넘었다. 2조원대를 달성한 건설사는 DL이앤씨(2조6830억원), 롯데건설(2조5354억원), GS건설(2조1949억원) 등 3개 건설사에 그쳤다.
중위권 건설사는 수주 부진으로 실적 방어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 확대는 일부 건설사 회복에 기여했겠지만, 이는 상위권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라며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가 부족한 건설사들은 민간 수주 시장에서도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건설 경기를 둘러싼 전망도 어둡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지난 5월 내놓은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한 최근 건설경기 진단과 대응 방안'에서 최근 국내 건설경기가 장기간 침체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건산연은 △경제 저성장 △금리 인하 지연 △높은 공사비 △주택 수요 위축 등을 건설업계 장기 침체 요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침체 요인들의 변화에 따라 점진적 개선이 이뤄져도 그 속도는 제한적이라며 "현재의 건설경기는 과거보다 장기 침체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상반기 건설지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기성은 26조86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2% 감소했다. 건설기성은 현재 진행 중인 공사 실적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에 분기 감소율이 20%를 넘은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분기(24.2%) 이후 처음이다.
지방 건설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약 6만7000가구로, 이 중 80% 이상이 지방에 집중돼 있다. 특히 준공 후에도 분양되지 않은 '악성 미분양'은 2만6422가구를 기록해 전월 대비 5.2% 증가했다.
건설업계는 수요 악화와 미분양 증가, 주택 가격 하락세로 인해 올해도 계속 실적 악화와 폐업 위기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 회복이 내년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라며 "이번 추경을 통한 정부의 미분양 매입이 단기적 호흡기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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