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료 방송의 채널 계약 시즌이 임박하자 TV홈쇼핑 업계가 다시 송출 수수료 문제를 꺼내 들었다. “전체 방송 매출의 70%가 송출 수수료로 나간다”고 주장한다. 매번 채널 계약 시즌마다 TV홈쇼핑 업체들은 이 수치를 언급한다. 마치 유료방송 플랫폼이 과도한 금액을 요구한다는 인상을 준다. 정말 그럴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정윤재 한국외대 교수와 공동 조사를 실시한 결과 TV홈쇼핑 시청자 10명 중 7명은 실제 구매를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진행하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홈쇼핑 방송은 단순히 '사기 위해 보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구매로 이어지는 광고'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조사에선 TV홈쇼핑을 시청한 뒤 상품 구매한 경험이 있는 성인 35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응답자 중 69%가 모바일앱, 인터넷사이트, 메신저 앱 등을 통해 결제했다고 응답했다. 전화 상담이나 ARS 등 기존 방식은 31%에 그쳤다. TV홈쇼핑 방송 모니터링 결과 모바일 결제를 유도하는 문구가 빠짐없이 포함돼 있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 홈쇼핑 업체들의 모바일 매출은 방송 없이 발생하지 않는다. 방송을 기반으로 한 방송 영향력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현재의 수수료 산정 기준을 살펴보자. 방송에서 전화로 발생한 직접 매출을 기준으로 한다. 모바일과 인터넷에서 일어난 구매는 '기타 사업 매출'로 처리되어 채널 수수료 산정 기준에서 제외된다. 방송 중 전화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보다 모바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수수료 산정 기준인 직접 매출이 줄어든다. 착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홈쇼핑 채널들은 홈쇼핑 전체 매출 대비 수수료 비율을 70%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매출을 다시 계산하면 송출수수료 부담률은 37.9% 수준으로 크게 낮아진다. 홈쇼핑 업계가 주장하는 71% 대비 절반 수준이다.
이쯤 되면 질문이 생긴다. 왜 홈쇼핑 업계는 모바일 매출을 수수료 산정에 포함하지 않으려 할까. 이는 결국 자신들에게 유리한 매출 분류 구조를 고수하기 위해서다. 방송의 광고효과를 누리면서도 그 매출은 방송매출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유료방송 플랫폼 입장에서 볼 때 광고 효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무시당하는 셈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수치가 정부나 국회 논의에 그대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수수료 70%라는 수치는 정책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 이 기준이 왜곡된 채로 굳어진다면 유료방송사업자는 오히려 공정하지 못한 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제 방송과 모바일의 경계를 다시 정의해야 할 때다. 단순히 어디서 결제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매를 유도한 출발점이 어디였는지가 핵심이다. 방송을 통한 광고 효과와 브랜드 노출, 상품 이미지 제공 없이 이루어지는 모바일 구매는 없다. 홈쇼핑 방송은 여전히 소비의 출발점이며, 이를 기준으로 한 매출 산정이 필요하다.
케이블TV는 그동안 지역 콘텐츠와 공익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홈쇼핑 방송 역시 이 플랫폼 위에서 성장해왔다. 진짜 수수료율이 70%인지 아니면 37.9%인지, 판단은 데이터를 통해 냉정히 해야 한다.
더불어 새로 출범한 정부가 변화된 미디어 소비 현실을 반영해 홈쇼핑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을 조속히 개선해 줄 것을 희망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