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수요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등으로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한 대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도 지난해 영끌 현상 고점 직전 수준까지 치솟자 금융당국은 은행 가계대출 현황을 긴급 점검할 예정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2일 기준 750조7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748조812억원)보다 1조9980억원 불어난 것이다. 일일 증가액을 단순 계산하면 1665억원으로 지난달(1612억원)보다 증가세가 더 가팔라졌다.
특히 이달 새로 취급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3조114억원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취급액은 251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영끌이 절정(7~9월)에 이르기 직전이었던 5월(2436억원), 6월(2777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들어 다시 영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는 이유다.
통상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는 영끌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로 여겨진다. 작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고, 이달 초엔 새 정부까지 출범하며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에 영끌 수요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2일 기준 103조9147억원으로 작년 11월(104조893억원) 이후 최대 규모로 불었다. 그중 마이너스통장을 제외한 일반 신용대출 잔액이 65조4019억원으로 작년 3월(65조4124억원) 이래 1년 2개월 만에 최대다.
이에 금융당국은 16일 은행권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을 불러 비공개 가계부채 간담회를 연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이에 연동해 가계대출 증가 폭도 커지자 긴급 점검에 나서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한 은행을 대상으로 이달 중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별도 세부 관리 계획을 제출받는다. 그 과정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가 있었는지도 점검한다. 현재 차주는 DSR 규제에 따라 매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 소득 대비 40%를 넘지 못하는데 미래 소득 증가분을 과도하게 인정해 주는 분위기 등이 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같은 일시적 요인만이 가계대출 급증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전반적인 시장 모니터링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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