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DSR의 역설] 말로만 가계대출 억제…한쪽선 2년간 78조 '정책자금' 풀어

  • 디딤돌·버팀목·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 DSR 미적용…5대 銀, 올해 정책대출만 17조원↑

정책대출 관련 참고 이미지 사진챗GPT
정책대출 관련 참고 이미지 [사진=챗GPT]

윤석열 정부 기간 가계 대출이 폭증한 것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제도가 제 역할을 다 못한 것도 있지만, 정부가 '정책' 명목으로 78조원의 자금을 가계에 빌려준 영향이 더 크다. 정부가 앞으로는 대출 규제를 한다면서 뒤로는 대규모 자금을 시장에 푸는 엇박자 행보를 보이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부터 2년간 대표적인 정책대출 상품에만 총 78조원가량 예산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대출은 은행이 아닌 정부 자금 기반 대출로, 실수요자 지원 등 목적에 따라 정부가 시중 대출 대비 저리로 자금을 내주는 금융상품이다.
 
정책대출은 크게 국토교통부의 디딤돌, 버팀목과 금융당국의 보금자리론 등이 있는데, 세 가지 대출 상품에만 지난 2년간 수십조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사실상 가계대출을 조인다고 해놓고, 정작 정부가 가계대출이 늘어나도록 자금을 공급한 셈이다.

국토부는 주거 안정 등을 이유로 정책대출 예산을 증액했다. 2022년 9조5300억원이던 예산은 2023년 11조1000억원, 지난해 13조8000억원까지 2년 새 4조 이상 늘었다.
 
금융당국도 대출 조건을 완화한 특례보금자리론까지 내놓으며 자금을 풀었다. 2023년 코로나 직후 차주의 금리 부담 경감을 이유로 한시 운영했던 특례보금자리론에만 예산이 약 43조4000억원 들어갔다. 지난해 보금자리론 공급액까지 더하면 2년간 53조4000억원이 가계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당국이 스트레스 DSR 등 제도를 강화하면서도 오히려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빨라진 이유다. 실제 윤석열 정부 들어 가계대출 증가폭은 점차 커졌다. 전년 말 대비 2022년 8조8000억원 줄었던 가계대출은 다음 해 10조1000억원 늘고, 지난해엔 41조6000억원 급증했다. 그중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27조원에서 45조1000억원, 57조1000억원으로 매년 증가를 이끌었다.

올해 들어서도 정책대출은 전체 가계대출 관리의 뇌관이 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스트레스 DSR 1단계, 7월 2단계에 이어 올해 7월엔 3단계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정작 정책대출이 DSR은 물론 스트레스 금리(가산금리)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진입장벽이 높아진 은행 대출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

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전체 가계대출은 작년 말(734조1789억원) 대비 이달 5일 기준 749조3218억원으로 15조원 이상 늘었다. 그런데 은행 재원 대출이 2조2818억원 줄어든 반면 정책대출이 17조4247억원 증가하며 전체 가계대출이 상승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에선 정책대출을 포함한 ‘족집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현재 자금이 실물경제보다는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되면 실물경제는 불황, 자산시장은 활황이 될 것”이라며 “당연히 정책대출을 포함해 대출 자금이 생산적인 영역에 쓰일 수 있도록 자금 용도 부분에서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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