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2차 무역 협상을 앞둔 가운데, 양국 간 관세 전쟁 여파로 중국 수출이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으로 수입은 3개월 연속 역상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 5월 수출액(달러 기준)이 전년 동월 대비 4.8% 증가한 3161억 달러(약 429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달(8.1% 증가)은 물론 로이터와 블룸버그가 각각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5%, 6% 증가도 밑돌았다.
미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대미 수출이 쪼그라든 영향이다. 이 기간 대미 수출은 34% 넘게 급감했다. 전달 21% 감소보다 감소 폭이 더 확대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 경제가 마비됐던 2020년 2월 이후 최대 폭 감소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달 10~11일 제네바에서 열린 무역 협상을 통해 상대국에 대한 관세를 115%포인트씩 낮추는 데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세 전쟁으로 인한 충격이 수출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3월과 4월에는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선적을 서두르면서 수출이 깜짝 증가한 바 있다.
반면 아세안 10개국으로의 수출액은 14.84% 늘었다. 특히 미국 관세 우회로로 활용되는 베트남으로의 수출액이 22% 급증했다. 대유럽(EU) 수출액도 6.4% 늘었다. 그럼에도 대미 수출 감소폭을 상쇄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트럼프 1기 1차 무역 전쟁 이후 중국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였지만, 미국 시장이 여전히 중국에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희토류 수출은 23% 증가한 5865톤을 기록했다. 다만 작년 동월 6217톤에는 미치지 못했다. 희토류가 미중 무역 협상의 핵심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일부만 허가하고 수출 통제 조치는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희토류 자석 등 희토류 관련 제품은 이번 데이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자동차 수출액은 20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 가까이 증가했다. 집적회로 수출액도 33%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4% 감소한 2128억8000만 달러(약 289조원)을 기록했다. 내수 경기 침체로 3개월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전달(0.2% 감소)과 전망치(0.9% 감소)보다도 감소 폭을 늘렸다. 이중 대미 수입은 전달 13.8% 감소에서 18.1% 감소로 확대됐다.
이날 발표된 물가 상승률 역시 내수 둔화를 시사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1% 하락하며 4개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작년 동월보다 3.3% 떨어지며 3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1032억2000만 달러(약 140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한편 미중은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고위급 무역 회담을 개최한다. '제네바 협상' 이후 약 한달 만에 협상을 재개하는 것으로 양국이 갈등을 완화할 수 있을지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네바 협상 이후 양국은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합의 이행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 후속 협상에서는 희토류 등 중국의 핵심 광물 대미 수출 통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등의 의제가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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