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이유로 잠정 연기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오는 18일로 예정돼 있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공판기일을 취소하고 기일을 추후 지정한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재직 중인 대통령에 대한 재판 진행이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은 사건을 계속 심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법률적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사건은 지난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 취지로 판단하면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당시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재직 시절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과 백현동 개발 관련 허위 발언을 유죄로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초 재판부는 5월 15일 첫 공판을 예정했다가 선거운동 기간 중 공정성 보장을 이유로 피고인 측 요청을 받아들여 6월 18일로 한 차례 기일을 연기한 바 있다.
이번 재판 연기로 대통령 관련 형사재판 전체의 진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총 네 건의 형사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있다. 6월 24일에는 대장동·위례·성남FC 의혹 관련 1심 공판, 7월 1일에는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공판준비기일, 7월 22일에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공판준비기일이 각각 예정돼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와의 통화 녹취 증거를 둘러싼 위증교사 사건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항소심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 재판의 향방은 각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법원행정처는 대통령 불소추 특권이 형사 재판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지 않고, 각 재판부가 헌법 제84조의 적용 범위에 대해 개별적으로 판단하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일한 법적 지위에 있는 대통령을 두고 사건별로 재판 진행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헌법 84조의 적용 범위를 두고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해석이 갈리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소추 금지가 단순히 기소 행위만을 제한하는 것인지, 기소 이후 재판 절차까지 포함하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법 해석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재판 연기를 결정함에 따라 헌법 84조에 대한 사법적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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