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소상공인들, 새 세금정책에 '송금 거부' 확산…현금결제로 회귀

  •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에 따른 부담 증가…"사실상 과세 사각지대 사라져" 우려 확산

QR코드 계좌이체 방식으로 결제 중인 베트남 손님 사진베트남통신사
QR코드 계좌이체 방식으로 결제 중인 베트남 손님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에서 6월 1일부터 시행된 전자세금계산서 의무 정책에 대한 우려로 현지 소상공인들이 계좌이체 결제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는 제3자 명의 계좌를 안내하며 ‘거래 관련 내용 기재 금지’까지 요청하고 있어 세제 회피 논란이 커지고 있다.

4일 베트남 현지 매체 Vnexpress에 따르면, 베트남 하이퐁시에 거주하는 하타인(40) 씨는 최근 단골 음식점에서 점심 도시락을 주문하려다 계좌이체를 거부당했다. 대신 다른 사람의 계좌번호를 안내받고, 거래 내역에 ‘구매’ 관련 문구를 쓰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롱시에 사는 레장 씨 역시 단골 쌀국수 식당에서 동일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례는 하노이, 꽝닌, 하이퐁, 응에안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일부 소상공인은 카드결제 또는 계좌이체 시 별도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으며, 거래 내역 기재를 흐리게 작성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현지 세무당국은 6월부터 연 매출 10억동(약 5260만 원)을 초과하는 소상공인에게 전자세금계산서 발행과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했다. 음식, 호텔, 소매, 미용 등 주요 생활업종이 대상이다. 이는 기존의 간편장부나 정액과세 방식에서 실질 매출 기준 과세로 전환된 것으로, 매출 규모가 투명하게 기록되어 납세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매출 전산기기 도입, 회계기록 유지, 세무 신고 등 추가 행정 부담과 비용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불규칙한 매출을 가진 자영업자들은 계좌로 들어오는 자금 전부에 세금이 부과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동시에 온라인 판매자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베트남 재정부 세무국은 소셜미디어(SNS),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을 통한 거래자들에게 사업자 등록과 세금 신고, 납부 의무를 부과하고 미이행 시 행정처벌 또는 형사고발까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일부 판매자들은 은행계좌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 결제를 유도하거나, 아예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반응이 세수확보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응우옌반득 트롱틴세무컨설팅 대표는 “계좌이체 거부는 소비자 불편뿐 아니라 탈세와 비공식 경제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의 세정 강화 조치가 되레 ‘역유인’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기회로 삼아 납세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딘홍끼(Dinh Hong Ky) 호찌민시기업협회 부회장은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낮은 정액세 회피 목적으로 개인사업자 형태를 고수해 왔다”며 “이제는 사업자 등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전자세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회계·세무 솔루션도 다양해졌다”며, “기업처럼 세금신고를 하는 것이 예전만큼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르엉후이하(Luong Huy Ha) 변호사도 “납세는 회피 대상이 아닌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라며 “제도를 기피하기보다 장기적으로 투명한 경영과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온라인 판매자 레장(Le Giang) 씨는 “큰 거래는 현금으로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은행계좌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세부지침이 명확해질 때까지는 임시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는 향후 세금제도와 관련한 계도 및 홍보를 강화해, 혼란을 줄이고 세수의 안정적 확보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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